제 목 : 자전거 타기-우울한 분들을 위해

저는 어렸을 때 아주 높다란 산동네에 살았어요.
동네에는 변변한 슈퍼나 식당도 없었답니다.
식구가 일곱 명이나 되니 하룻동안 먹어치우는 양이 어마어마 했을 거예요.
그 많은 작업을 부모님은 우리 세 딸들에게 시키곤 했죠.두 아들 빼고.
동생과 저는 쌀도 나르고 연탄도 나르고 배추도 나르고 숯도 나르고 판자도 나르고 파지도 나르고,,
세 사는 사람이 많은 탓에 벽지,시멘트,서랍장,페인트,신나,장판,모래,자갈까지 정말 제가 기억하지못할 나이 때부터  별거를 다 나르고 있었어요.
 
나중에 동생과 얘기하다 기억난 게
아버지에겐 짐자전거가 있으셨어요.
그 자전거를 쓸 수만 있었다면
우리가 하는 고생의 10분의 일,아니 거의 모든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아버진 그러지 않으셨죠.
아버지가 자전거에 한 번 넘어지시곤
무섭고 지긋스러워 저 아랫동네에 쳐박아 두었어요.
당신 입장에선 땡순이 땡녀들이 있는데 뭘~하셨던 거죠.
 
암튼.
제가 그 이유로 몸으로 뭘 드는 걸 싫어합니다.
장바구니에 대해선 말도 마세요.
어깨에 매는 천가방부터 시작해서 두 바퀴 달린 거,세 바퀴 달린 거,네 바퀴 달린 거,,종류별로 다 있습니다.
차요? 두대 있고 바구니 달린 자전거,바구니 없는 자전거,,종류별로 다 있고 심지어 250cc이상 탈 수 있는 오토바이 면허도 있답니다.
 
어쨌든
 
아버지랑 다르게 제가 자전거를 좋아하는데
저는 한번 나갈 때 20km를 탑니다.
오전에 한 번,오후에 한 번.
 
타기 전에 오늘 필요한 물건을 생각해요.딱 한 개만.
-딱 한 개만 산다면 오프에서 사는 게 가장 쌉니다.-
만약 그게 샴푸라면 제가 원하는 샴푸가 어디에서 제일 싸게 파는지 일단 검색 합니다.
제가 모르는 매장이 있다면 그 위치를 네이버 지도로 검색하고 일단 출발합니다.
갈 때는 최대한 안 지나갔던 곳으로 지나가요. -나중에 runkeeper를 보면 지나온 경로를 알 수 있습니다.-새로운 골목길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 낯 선 길에서 긴장하게 되니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요.
 
여기에서 우울하시다는 얘기 자주 듣는데
그런 분들은 일단 자전거를 타 보세요.
그리곤 저처럼 단 한 개 물건을 살 생각으로 달려보세요.물건 싸게 사서 좋고 길 알게 되어서 좋고 무엇보다 건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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