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갤럽은 조선일보 의뢰를 받아 ‘대선후보 지지율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를 진행했다. 2002년 9월22일 전국 만 20세 이상 유권자 1054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벌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이다.
당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님께서 누구를 지지하시는가와 상관없이 이번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이한동씨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이었다
결과는 특정 후보의 일방적인 우위였다.
이회창 후보를 선택한 비율은 53.3%에 달했고, 정몽준 후보 14.4%, 노무현 후보 9.8%로 조사됐다. 노무현 후보보다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믿었던 이가 5배를 넘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와는 차이가 있었다. 서울에서는 이회창 후보 당선을 예측한 이가 56.7%에 달했고, 40대에서는 57.3%에 이르렀다. 20대 역시 56.3%가 이회창 후보 당선을 예측했다.
노무현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은 지역과 세대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얘기다.
노무현 후보는 2002년 봄 국민경선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며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였다. 하지만 2002년 6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열풍 이후 정몽준 후보가 급부상했다.
한국갤럽의 9월 여론조사 결과 역시 노무현 후보보다 정몽준 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이가 조금 더 많았다. 당시 ‘다자 간 대선 가상 대결’ 결과는 당선 예측조사와는 달랐지만 노무현 후보가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30%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고, 노무현 후보는 10% 후반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대선 후보 지지율도 낮고 당선 가능성에서는 일방적으로 밀렸던 노무현 후보는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까지 ‘패배의 먹구름’에 시달렸다.
그러나 12월 대선에서의 최종 득표율은 노무현 후보 48.9%, 이회창 후보 46.6%로 집계됐다. 여론조사로 나타난 대중의 당선 가능성 예측과는 많이 달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02년 대선은 여러 의미에서 연구 대상이다.
| 출처 : 아시아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21080515001200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