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전에 만나던 친구가 결혼을 하나봐요.

예전에 만나던 친구가 있었거든요. 

걸어서 십분 정도 가면 좋은 한강 산책로가 있었겠지만 

한 번도 저를 데려가주지는 않고 만나기만 하면 저를 모텔로만 데려가고는 했어요. 

저는 모쏠에 가까운 인간이라 그 친구의 속도가 감당도 안되고 부담스러웠는데 일이 1년 가까이 안구해지던 때이고 30대의 마지막이라 제가 멘붕상태에서 끌려다녔던 거 같아요. 그 친구 만나고 집에 버스타고 가는 길엔 부모님 생각도 나고. 힘들게 키워주셨는데 나는 이게 뭐하는건가 내가 몸파는 사람인가 그런 생각에 괴로웠어요. 누가 들어도 진심 하나도 없을 그 친구가 하는 달콤한 말이 그래도 믿고 싶었고 그렇게 되길 바랬던거 같아요. 

그러나 그 마저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갑자기 그만 만나자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여자를 만났는데 나를 만나고 있었다는 걸 알면 그 여자 마음이 어떻겠냐고. 저한테는 전화 한통 할 일이 없다면서 다시는 연락하지 못하도록 매몰차게 굴더라구요. 그러면서 헤어지고 가는 길엔 후련한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갔어요. 

저는 그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는데 갑자기 못보게되니 너무 힘들더라구요. 심리상담이며 별자리 상담,명상가, 무속,정신과약. 제가 해볼 수 있는건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마음이 그렇게 안떨어지더라구요. 그 사이 저는 두어번 정도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해봤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일상생활조차도 힘든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러다 어느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찌릿하고 너무 아픈 걸 경험하게 되었는데 섬유근육통이라고 우울증을 치료받지 않으면 생기기 쉽다는 통증관련질환을 진단받게 되었어요. 어딘가에 표현할 데가 없었을 뿐 너무 슬퍼했던거 같아요. 그렇게 시간이 흐른지 6년이 되어가요.  

 솔직히 말하면 기다렸던 거 같아요. 살다가 한 번쯤은 날 찾아주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 없는 희망이라도 붙들고 있어야 제가 억지로라도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카톡 소리만 나면 그 친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화들짝 놀랴서 카톡은 정리하고 그 친구 하나만 추가되어 있는 상태로 써왔어요. 그런데 며칠전 카톡프로필에 보니까 베트남에서 신부를 데려왔나 보더라구요. 긴머리에 웨딩드레스 입혀놓고 둘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 보는데 보기 좋기도 하고 혼자 사는 것보단 낫지 잘 결정했다 하는 생각도 들어요. 

40대 중반. 남들은 한창 아이 키우느라 전력질주하며 바쁘게 살고 있을 이 시기에 미혼으로서의 삶은 너무도 공허하네요. 사람이 좀 운도 따라줘야 살지 일도 자꾸 실패하고 결혼도 안되고 아이도 없고 무슨 낙으로 살아가야 할지 이렇게 사는게 더이상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려 하는데 어제 강아지 산책 시키다 그 친구 기다리면서 듣던 노래가 나오는데 눈물이 주루룩 흐르더라구요. 아줌마가 된 나이에도 이 놈의 감수성은 아직도 무뎌지지가 않네요. 그래도 저 착하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던 거 같은데 저의 멘탈과 능력으로는 무언가 대단한거를 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요. 

친구가 있으면 커피라도 한잔 사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럴 친구 한 명도 없고 바람이라도 쐬면 좋겠지만 그럴 돈도 시간도 여유가 안되서 찌질한 제 얘기를 여기에 올려봐요. 마음 답답하니까 얘기할 데가 82밖에 없네요. 댓글 달아주시는 걸 친구가 한마디씩 해주는 걸로 삼으려고 해요. 

꽃 피는 아름다운 계절인데 82님들 가족분들이랑 친구분들이랑 좋은 시간 되시길 바라겠고요. 좋은 날에 이런 어둡고 찌질한 얘기 들어 주셔서 언니들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좋은 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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