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들이 아스퍼거 진단을 받았습니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23년이 지났어요. 살면서 왜 이렇게 힘들까? 정말 이 사람과 지내는 건 너무너무 힘들다. 라는 나날들이 이어졌어요.

 

언젠가 아스퍼거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내 남편이 아무래도 아스퍼거인 거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었지요

그런데 3년 전에 아들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들은 어릴 때 명랑한 아이였기 때문에 저는 아들이 아스퍼거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우울증에 걸린 원인이 무엇일까를 정말 열심히 고민해 보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남편이 아스퍼거의 특징 중 하나인 멜트다운 상태에 들어가서 가족들을 또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우울증에 걸려 있는 아들의 등 뒤에서 방문을 탁 닫고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 내가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아스퍼거 남편을 둔 아내들의 카페에 들어가서 글을 읽다 보니까 아스퍼거는 아들에게 유전이 되는 경우가 많고 그 아이들은 사춘기 때쯤에 우울증이 오고 그러다 학교를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는 글을 읽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1년 반 전에 아들이 다니던 정신과에서 자폐 스펙트럼 검사를 받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검사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지 못해서 0.5점 차이로 진단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번에 아들의 병역 문제 때문에 병무용 종합심리검사를 받았습니다. 병무용 검사는 일반 종합심리검사보다 더 검사의 종류도 많고 같은 검사라도 좀 더 면밀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았어요. 검사에 걸린 시간만도 6시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의사를 만나서 검사 결과를 들었고 이번에는 아스퍼거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아들에게는 진단이 나왔든 안 나왔든 너는 그대로 너일 뿐이고 달라지는 건 없다, 그냥 병역에 좀 더 유리한 조건이 된 것 뿐이다 라고 담담하게 설명을 해 주었는데요.

 

아들을 집에 들여 보내고 혼자 산책을 하는데 눈물이 터지더군요. 진단이 나왔다는 사실에 아주 조금은 속이 시원해지는 것도 같고 23년간 내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힘들게 답답하게 살아야 되는가 막막하기도 하고 남편과 아들이 굉장히 겹치는 특성이 많기 때문에 남편도 아스퍼거가 맞을 텐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온갖 생각이 흘러가더라고요.

 

저는 몇 년간 아스퍼거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고 아스퍼거 남편과 아들을 23년간 곁에서 늘 지켜보면서 그야말로 임상연구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여기 게시판에도 가끔 제 남편이 아스퍼거일까요? 이런 글이 올라오는데 거기에 절대 아스퍼거가 아니에요. 아스퍼거는 그런게 아니에요 이런 식의 댓글이 함부로 달리는 걸 보면 참 마음이 답답했어요. 

전형적인 아스퍼거의 특성으로 보이는 것인데도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고 그리고 아스퍼거라도 사람마다 증상은 굉장히 많이 다릅니다. 핵심적인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그건 아스퍼거라고 의심을 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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