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자식이 나같을 줄 알았네요

친정엄마가 애를 더 낳으라고 제 나이 마흔 될 때까지 계속 얘기하셨어요. 애 하나 낳고 20년 완전 리스라 생길 수가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엄마는 저나 제 동생 같은 자식만 키우셨으니 자식으로 속이 너덜너덜해진다는 게 어떤 건지 상상도 못하셔서 무조건 더 낳으라고 하신 거였어요.

부모님은 공무원 맞벌이 부부셨는데 제가 초등 저학년까지는 식모가 있었고 제가 5학년 때부터 두 살 아래 동생 챙기고 알아서 숙제하고 취미래야 주구장창 책 읽는 게 다인 딸이었으니 손이 갈 일이 아예 없었어요. 동네 사람들이 저희 자매같은 자식이면 열도 키운다고 했었고 엄마도 그런 말씀 자주 하셨어요. 사교육 없이 지방 여고에서 자매가 모두 서울대를 갔고 대학 이후 집에서 돈 한 푼 받지 않았고(안주신게 아니라 저희가 안받았어요) 결혼도 알아서들 했으니 참 수월하게 자식 키우신 건 맞아요. 

제 아이는 중등부터 놀더니 사춘기 유난하게 보내고 고등 때는 공부를 아예 손에서 놓았어요. 애가 남편과 최악의 관계가 되어 제가 그 때 큰 병이 생겼어요. 삼수 해서 인서울 겨우 갔고(재수해서 수도권 지방대 갔는데 한 달 다니더니 절대 거긴 안간다고 본인이 우겨서 삼수) 아르바이트 해서 월 50만원 이상 버는 걸로 아는데 집에서도 한 달에 백만원 이상 받아가니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2학년 마치고 4월에 군대 간다고 휴학계 내더니 갑자기 자기 관심 분야 워크샵을 지금 꼭 들어야겠다고 입영 취소하고(한 달 전 취소 가능하더라고요) 7월에 가겠대요. 그러다 자리 안나서 못가면 어쩌냐고 하니 자리 날 거고 안나면 졸업하고 가겠다네요. 제가 큰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계획대로 입대하고 정상적으로 졸업하면 좋겠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자식 때문에 마음 졸이며 살아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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