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육아가 불행하고 우울합니다.

 

18개월 아기 양육 중입니다. 첫 아이고요.

제가 모성애가 없는 건지... 육아가 불행합니다.
육아를 떠나서 아기를 출산하고 나서
제 삶과 정신이 다 망가져버린 것 같아요.

 

아기를 보면.. 
내 모든 걸 바꿔도 되겠다 하는 
그럴 정도의 마음은 들지 않네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 이런 감정도 없어요.

예쁘고 귀엽지만
어디까지나 작고 연약한 존재가
하나씩 부쩍 사람다운 행동을 할 때,
순수함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그때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긴 해요.

 

그외에 대부분은..
그냥 막대한 책임감에 쌓여있고,
좌절과 불안과 답답함에 억눌려 있습니다.

 

복직하기 전에는 그나마 좀 나았던 거 같아요.
그냥 몸이 힘들 뿐이었거든요. 체력적으로.
근데 복직하고 나니 정신이 병드는 것 같아요.

 

아기는 어린이집 다니고 (9~15)

제가 직장에 있는 동안 친청엄마 혼자 봐주십니다.
전 아기가 잘 때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7시반쯤 되어야 집 도착합니다.

이것도 회사 내에서 얼굴에 철판깔고...
정말 땡 하자마자 다 정리하고 나와서 그런 거고요.
연차 반차 반반차 시도 때도 없이 씁니다..
다행히 강압적인 사내 분위기는 아니지만
팀 자체가 작다보니 스스로 눈치가 많이 보여요.

 

아기는 순한 편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떼와 울음이 많아요...

어설프게 의사소통이 되면서 더 심해졌어요.
본인 말이 안 통하니 더 짜증을 내는 것 같고요.

그래서 친정엄마에게도 눈치가 보입니다.

그냥 생판 남에게 (이모님) 맡길까 했지만

비용도 비용이지만

핏줄도 이렇게 힘든데

남은 얼마나 밉고 싫을까 싶어서

엄두를 못 냈어요.

 

남편은 지방 근무라서 일주일의 절반은 지방이고,
나머지는 같이 지내는데.. 같이 있을 땐 
육아 참여도도 높고, 일단 아기가 아빠를 엄청 좋아해요.
요즘엔 그 정도가 지나치게 높아져서
아빠가 없는 날에는 온갖 짜증과 생떼를 부립니다.

 

회사에서 쉴틈없이 일하고
쌓여만 가는 일을 중간에 스탑하고 철판깔고 칼퇴.
퇴근하면 다시 육아 & 집안일에 
저녁은 11시에나 먹고, 잠드는 건 1시.
그리고 다시 6시 기상.
근무 중에도 친정엄마한테
아기가 이렇다 저렇다 연락오면
그거에 신경이 쓰여서 일도 집중이 안되고
때에 따라서는 또 반차쓰고...

진짜 전 뭐하면서 사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될 그릇도 아니면서 
너무 큰 사고를 친 것 같습니다.
다른 건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아님 돈을 쳐발라서라도 해결이 될텐데
육아는 평생 제가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생각하니까 정말 너무 괴로워요.

 

저희 아기는 밥도 잘 안 먹거든요...
온갖 거짓말로 회유하고 달래고
장소 바꿔가면서 먹여야 겨우 먹습니다.
이러면 안된다는 거 알지요.
저 또한 엄청 노력했음에도
입꾹닫에 다 집어던지는 아기 앞에
두 손 두 발 들었습니다.

 

그냥 오직 아이 하나만 신경써도 된다면
어떻게든 해서라도 하겠지만
직장과 육아 둘 다 병행이 너무나 어려워요...


그렇다고 일 관두기엔 경제적으로 힘들고요.
오로지 육아 하나를 메인으로 둘 여유없이
임신출산 덜컥한 제가 잘못이겠죠.

 

가족 모임으로 외식을 하게 되면
또래 친척 아이들이 하필이면 순해서..
다 제자리에 앉아서 있는데
저희 아이만 소리지르고 울고
안아달라고 하고 어디 가라고 하니
그런 저희 아기를 보는 눈빛도..
저희 부부를 바라보는 눈빛도...
진짜 너무 싫고 괴롭고 우울해요.

어쩌다 비교되는 말 들으면 폭발할 것 같고요.


누군 순한 아기 안 낳고 싶었을까요.
누군 아기가 이렇게 되게끔 빌었을까요.

누군 훈육에 대해 시도를 안 해봤을까요.

전 어떡해야 할까요...


출근할 때면 문득
그냥 아플새도 없이 차에 치여서
죽었으면 좋겠다 이 생각도 하곤 합니다.

실은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을 발견했고 그 수술을 앞뒀는데,
왜 이렇게 별 것 아닌 가벼운 게 걸렸을까..
이런 생각까지 속으로 하고 있는 자신이
끔찍하고 비참합니다.

 

행복하지 않고 불행해요.


물론 아기를 보면 웃어주고 안아주고 하지만
힘듦이 찾아오는 순간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선배 워킹맘님들...
순하지 않은 아기 양육 중인 맘님들...
저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