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50 평생 여기 분들이 비웃을 정도로
물질만능주의 극혐이었어요.
돈이면 다 된다는 태도가 끔찍하게 싫었고
돈돈거리는 입이 추해보였어요.
극우 정치인들은 그저 이익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전 지구가 돈돈거리며 달려온 꼴이 결국
지금처럼 멸망으로 치닫는 불행을 초래했다고 믿었고요.
아이들을 7세고시니 어쩌니 하면서
학원으로 밀어넣고 십수년 깊이없는 공부를 시키는 것도
그런 부모의 상당수가 아이한테 바라는게
의사가 되어 피부과 개원하는게 꿈인 것도
정말 지긋지긋하게 싫었어요.
친구들 만나면 재테크랑 학원 얘기밖에 안하는 것도
넌더리가 났고요
서울에 집있고 물려받을 유산있고 차 두대씩 굴리고
애 대치동으로 학원 보내는 여유있는 생활하는 지인들도
맨날 돈이 없다 어떤 부자는 자산이 이렇다 세상에
왜 이리 부자가 많냐 하며 신세한탄하는 그 욕심도
지긋지긋했어요.
세상을 후벼파다보면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들도 존재하거든요. 애가 인서울 대학을 가든말든 엄마로서 최소한의 사랑과 양육만 해주며 독립적으로 키우는게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렇게 해도 비난받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연봉 천만원 이천만원 더 받는 거보다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더 나은 대우를 받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사회를 위해 기꺼이 내 몫을 나누는 사람들. 우습지만 저의 레이더는 수십년동안 그런 쪽으로만 반응하고 있었어요. 비웃으셔도 어쩔 수 없지만, 수십년 전 갓 스무살 운동권 애기같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저는 그런 세상만 생각하면서 살았거든요.
근데 아이를 키우고 부모님을 봉양하려고 보니, 정의는 미친.. 개뿔.. 돈이 최고네요. 평생 월급 모아 재테크같은 거 안하고 쪼금씩 성실하게 적금하면서 알량한 공무원 연금 타서 쓰시는 우리 부모님, 변두리 빌라 집에서 추워서 목욕도 못하시고 비와이씨 내복 단이 다 헤져도 함부로 새 내복 못사입으시고, 손녀딸 용돈 한 번 통크게 못주셔서 만원짜리 꼬깃하게 접어서 주시며 맘아파하시고, 귀가 어두운데 보청기도 비싸서 고민하시네요. 큰병 앓으셔서 수술하고 요양병원 가야하는데 천만원돈 나오는 병원비는 당장 어째야할지, 돈이 있었다면 1:1 간병 붙여 좀 더 존엄지키는 생활을 하실텐데 부모님도 없고 나도 없는 돈, 그저 늙은 몸으로 떼우는 수밖에 없어 서글프고 이제 와서 큰 후회가 밀려옵니다.
가난은 비참한 거네요. 늙을수록 더 그렇구요.
돈을 위해 달렸어야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