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이모가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에 문의하러 갔는데요. 큰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각종 검사를 해 본 결과, 갑상선에 큰 물혹이 여러개 있다는 걸 발견했대요. 그럼 어떡하죠, 선생님, 수술을 해야하나요? 물었더니 아니 82세 환자 수술해주는 의사가 세상에 어딨나요? 그냥 그렇게 살다 가는거죠. 여태까지도 몰랐는데, 모른 척 하세요, 라고 하더랍니다. 전 이 대답이 너무 화가나는데요. 제가 같이 모시고 갔다면, 그러는 선생님은 몇살이슈?하고 되물었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질문들이 있었거든요. 왜 이렇게 살이 갑자기 많이 빠지는지, 왜 이렇게 맨날 토할 것 같은지, 등등요. 그게 갑상선 관계인지 아님 다른 병이 또 생긴건지요. 의사의 기세에 눌려서 질문하려던 것도 다 잊어먹고 민망해서 그냥 나오셨대요. 나중에 우유 하나 사먹다 질문이 생각나서 다시 간호사한테 갔더니 여기 앞뒤로 암환자들 줄서있는 거 안 보이냐고 선생님 바쁘시니까 또 오지 말라고 하더래요. 쌍으로 참 재수없지 않나요.
저희 아버지는 86세에 말기암이셨어요. 살아있는 한 마지막 날까지는 어떻게 성실하게 치료를 받겠다고 했지만, 의사들이 말리고 거부했어요. 처방전도 안 써주고 전원도 안 시켜주고 공단에 낼 진단서도 안 끊어주겠다고. 이 사람은 당장 오늘 돌아가셔도 이상할 게 없는 환자인데 이런데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요. 저는 나날이 쌈닭이 되어서 되물었어요. 인간은 어차피 죽는데 선생님은 그럼 왜 의사를 하시나요. 나이가 많다고 가망이 없다고 치료를 포기하는게 말이 되냐고요. 환자는 원하는데요. 아버지 경우야 물론 이해는 가지만 의사들이 직업의식도 싸가지도 없는데 화가 났던거고요. 이모한테까지 그렇게 무안을 줬다니 생각할 수록 화가 나네요. 다들 이 정도는 그러려니, 의사들도 바빠서 그러는거지, 참고 넘어가시나요. 안 참는다고 뭐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