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아빠를 미워하셨어요. 개룡남이고 촌스럽고 사투리쓰고 돈도 잘 못 벌어온다고요.
어느 정도냐면 다른 방에 있다가 생각나면 아빠 방에 들어가서 한 대 쥐어 박고 오거나 꼬집고 나오는 정도였어요. 그럼 아빠는 가만히 당하고 대꾸도 안 하셨고요.
어린 제가 볼 때도 아빠가 뭔가 대단히 책잡힐 일을 했던 것 같았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왜 저렇게 같이 살고 돈 벌어다주는 사람을 미워할까.
엄마는 평생 입주 가정부를 두고 살았어요. 심장이 안 좋아서 집안일을 전혀 할 수 없다고 했어요. 어떨 때는 2-3명 언니 이모들이 일했어요. 80대이신 지금도 다섯명이 한 팀으로 엄마 케어하네요. 건강검진 해보면 심장 아주 튼튼하대요. 평생을 그렇게 사람들을 부렸어요.
아빠는 시시한 박봉의 공뭔이라 우리가 이렇게 못 산다고 하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뉴스에도 나오는 고위 공직자셨어요. 엄마는 앙드레김 선생 봉쥴 싸롱때부터 단골로 옷 맞춰입었고 나중엔 백화점 명품관에서 싸이즈 수선해서 입으셨어요. 심지어 한 품목에 꽂히면 깔별로 사셨더라고요. 버버리 주름치마 들어오면 깔별로, 그런 식으로요.
아버지 돌아가실 때 유언이 딱 하나였어요. 엄마 불쌍한 사람이다, 끝까지 집에서 잘 모셔라. 엄마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눈물 한 방울 안 흘리셨어요.
돌아가신지 5년이 되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가 너무너무 불쌍해요. 사랑한다고 더 많이 말씀 못드린게 한이 되고요. 왜 어떤 사람은 갑이고 어떤 사람은 을이 되는 걸까요. 그걸 제 삼자인 제가 판단해서 엄마를 미워하면 안 되겠죠. 아버지가 원하시는 일이 아닐 거니까요.
근데 참 많이 불공평하네요. 착한 사람은 착해서 당하고 살아도 된다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