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이 결혼 했는데
무지무지 심한,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어서 이혼결심을 하고 진행 중입니다.
저는 딸에게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나는 너를 믿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했구요.
그래도 딸이 너무 크게 충격을 받아서 솔직히 일도 제대로 못하고
겨우겨우 살고 있는 상태에요.
애가 둘인데
제가 시간 나는대로 손주들 옷을 뜨개질애서 뜨고 있었어요.
애들에게 다른 선물도 보내지만(애들 좋아하는 레고 같은거요)
그래도 제가 직접 뜬거니 애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한땀한땀 뜬거예요.
제가 직장다녀서 하루에 뜨개질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러니 잠을 줄여가면서 뜨는거예요.
운동도 못하고 출퇴근 외의 시간은 몽땅 바쳐서 뜨개질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뜬거 결과물이 그냥 그런 정도였는데
최근 몇년 사이에 뜬 거는 실력이 나아졌는지 다들 너무 예쁘다고 하고
고급실로 뜬거라서 실값도 꽤 많이 나와요.
예전에는 손주들이 늘상 제가 뜬거 입고 있었고
어디 가서 찍은 사진도, 놀이터에서 찍은 사진도
제가 뜬거 늘상 입고 있었거든요.
예전에는 늘 애들이 너무 좋아한다, 좋은 실이라서 가볍다,
다들 이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다.. 이랬었어요.
그런데, 딸이 충격을 받은 이후로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인지
제가 정성껏 뜨개질해서 옷을 보내도(다른 지역입니다)
애들에게 그걸 입힐 생각도 없고
고맙다는 말은 당연히 없고
결과적으로 어디 선반에서 푹푹 묵히고 있을겁니다.
이번에도 또 손주 거 뜨고 있다가
제가 불쑥 내가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지도 않는 거 내가 왜 이리 일방적으로 열심히 뜨고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내가 딸이 원하지도 않는걸 강요하는건가 하는 또다른 자기검열에 휩싸였어요.
어젯 밤에는 뜨고 있던 손주거 다 풀러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들더군요.
차라리 이거 다 풀러서 내거 떠야 맞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내 시간과 정성은 나를 위해서 써야 맞지 않나 싶어요.
원치도 않고 고마워하지도 않는데 내가 뭐하러 뜨나 의문입니다.
우리 딸이 일생일대의 위기 속에서
그래도 충격을 이겨내려고 고군분투하는거 내가 넘 잘 알면서
내가 엄마로서, 할머니로서 이래도 되나 싶은 반성과 갈등이
속에서 계속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