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이 되었네요. 여기서 오지라 함은 국제공항까지 적어도 4-5시간 운전해야 갈 수 있는 외진 동네. 그리고 로컬 인구중 외지인이 거의 없는 동네를 말합니다. 저 혼자의 기준인데요. 직장 따라 다니다 보니 그런 동네에서만 살았네요.
그래서 저는 김치의 달인이 되었어요. 한국에서 나서 자랐지만 그닥 김치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한국을 떠나던 20대 초반에는 전기밥솥에 밥 지을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한국 마트는 커녕 아시안 마트도 없는 미국과 유럽 작은 마을들에 살다보니, 저만의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이제는 입소문이 나서 이웃들이 김치 얻으러 자주 와요. 돈받고 파는 건 아니니까 각종 식재료와 와인 치즈등 맛있는 걸 들고 물물교환 하러 오네요. 김장 한다고 소문 내면 20명쯤 금방 모이고요. 한국 가서 김치 먹어보면 제 김치가 더 생각날 정도로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한 듯 합니다. ㅎㅎ
그리고 세계 어느 동네든 중국 음식점 하나는 있잖아요. 다 너무 친해져서 제가 가면 메뉴에 없는 음식을 해주고 경조사 명절 서로 챙겨줘요. 특히 lunar new year's day 되면 너무 바빠져요. 올해도 중국 음식 잘 챙겨 먹고 저는 보답으로 떡국과 갈비찜 했네요. 저랑 직업도 자라온 환경도 너무 다르지만 작은 동네에서 음식점하는 이민자들과 동병상련 진짜 끈끈해요. 가끔 대형마트 스시 코너에 가면 만들어 놓은 초밥 사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재료 듬뿍 넣고 저만을 위한 스시 말아줘요. 아시안 특혜, 아시안 디스카운트 너무 좋아요.
마지막, 본의 아니게 k pop전도사가 되었네요. 저 솔직히 아직도 BTS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왜 좋은지도 잘 모르지만 공부해야 해요. 작년에 한국인인 제가 이 동네에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직장 동료의 사돈의 팔촌이 k pop팬인 딸을 데리고 저를 만나러 왔는데요. BTS 누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뉴진스 좋아한다고. 전 그런 그룹이 있는 줄 몰랐거든요.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얼른 잡채 볶아서 대접하고 아이가 노트 한장에 빼곡하게 적어온 한국 관련 질문들 대답해서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보냈는데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어요.
저도 제가 30년 만에 이렇게 될 줄 몰랐고요, 국뽕이라고들 할지 모르겠는데, 차도 가전제품도 이제는 모두 다 한국산 써요. 그렇게 되더라고요. 아이가 은퇴하면 한국 식당 차리라고 하는데 거기까진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