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인스타 자식자랑 끝판왕 봤는데 착잡하네요

자식이 없는 제게 왜 알고리즘이 그런 릴스를

보여줬는지 모르겠는데 뜬금없이 뜨더라구요.

 

숏밍크 입고 얼굴 전체 갈아 엎은 60대 아주머니가

병원 복도를 패션쇼 런웨이 걷듯 하며

 

오늘은 첫째 병원으로 출근하는 날.

개업한지 얼마 안 되어서 내가 나와 봐줘야하는데

일주일에 며칠밖에 못 나오고 있다.

오늘도 내 사무실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심에

감사한다.

 

뭐 이런 자막 띄워놓은게 전부라 

으윙? 이게 다야? 뭐 공구하는 것도 아니고

드레스업하는 팁도 아니고 반전도 없어? 싶어

뭐 하는 사람인가 프로필을 봤더니

의사 둘 만든 엄마.

첫째 의사

둘째 의사

셋째 sky나와서 첫째 둘째 병원 총괄이사

이렇게 나와있더라구요?

 

올린 게시물들 보니 죄다 자식들 개원시켜놓고

자식들한테 피부 시술 받고

자식들 병원에 아예 자기 사무실 차려놓고

돌아가며 출근해서 관리하는 얘기와

명품으로 치장하고 지인들 만나 노는거

에르메스 상표 잘 보이게 목도리한거 보여주기

뭐 이런건데 충격받은 포인트가 몇 개 있었어요.

 

첫째로 컨텐츠가 너무 빈약하고 몇 줄 안되는

자막과 댓글 쓰는데 너무 기본적인 맞춤법이

2~3개 이상 계속 틀리는거 놀라웠어요.

뭐 자식의 학력과 엄마의 수준은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

둘째는 병원에 원장 가족 나와서 간섭하는거

직원들이 제일 힘들어하고 꺼리는거니 하지 말라는

댓글들이 엄청 달리는데 

우리 직원들이 얼마나 잘 지내는데 무슨 소리냐며

내가 전부 봐줘야 병원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반박 댓글 다는거.

물론 오타 투성이 ㅠㅠ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이나 생각은 하나도 없고

자식들 의사 만든게 너무 자랑스러워서

굉장한 자만심과 교만을 숨기려하지도 않고

온 힘을 다해 과시하는데 진심일 수 있다는것

자체가 충격이였어요.

 

거부감 든다, 너무 과하다는 댓글도 많고

자식을 둘이나 의사로 만들다니 부러워요 하는

댓글도 많더군요.

그런데 그 의사엄마를 보고 있노라니

우리 사회가 미친듯이 바라보고 달려가는 곳이

배금주의와 외모지상주의의 끝판왕인 

저런 아줌마의 인생같은 건가 싶어 몹시 불편해졌어요.

 

부유층의 목표가 사교육에 따라올 수 없는 투자해서

자식들 의사 만들어내는 것이고

세월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흔적마저 수용하지 못하고

거상을 해서라도 지워버리고 어려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사회가 이 사회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어찌나 당당하고 자랑에 겨워 행복해하는지

릴스 몇 개 보고 나서 어질어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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