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수학 공부를 너무 안해서 제가 요 며칠 좀 까칠하게 대했어요. 중2 남자아이인데요.
오늘은 엄마 직장에서 늦게 올 거니까 저녁은 햄버거 사먹고 공부 안 할 거면 청소라도 좀 해놓으라고 시켰어요. 지 방 책상 다 놔두고 식탁에서 무슨 과제를 한다고 잔뜩 어질러 놔서요. 집에 와보니, 식탁은 물론 주방 다 청소하고 그릇장도 청소하고 유리까지 반짝반짝 닦아놨네요. 아니, 무슨 대청소를 하라고 시킨것도 아닌데 혼자 햄버거 하나 먹으면서 몇시간 열심히 청소했을 아이한테 급 미안하더라고요. 왜 그릇장까지 닦았냐고 했더니, 엄마가 제일 좋아하잖아요. 나는 보면 짜증 나지만 그릇장을 보면 웃는 거 다 알아요.
아니거든요. 제가 젊었을 때 그릇을 좋아해서 많이 사모으긴 했어요. 큰 장 하나 작은 장 두개 모셔두고 안 쓰는 고급 그릇이 꽉 찬 장이 세개나 돼요. 요즘은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요. 젊었을 때 돈 gr 고루고루 했네. 아까와서 써보지도 못한 저 많은 그릇들 이제는 무료 나눔해서 정리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근데 아이는 그걸, 우리 엄마 보석함, 엄마 박물관이라고 부르면서 더 아껴주네요.
너무너무 미안한 거 있죠. 나의 보석함, 나의 박물관은 그릇이 아니라 너다, 이 녀석아. 공부하라는 잔소리 그만 해야될 것 같아요, 그쵸? 마음이 보물인 아이인데 성적 좀 안 나온다고 속상해 하지 말아야죠. 그릇도 아이 성적도 쉽게 접기 힘든데, 제가 마음 공부를 더 해야겠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