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안 그랬어요. 젊었을 때는 혼자 몇 백만원 예산으로 중남미 6개월 여행하기도 하고 저랑 동남아 여행가면 보통 일박에 3000원 정도 하는 호스텔에 묵고. 물론 그 땐 젊어서 그랬다고 하지만요. 언젠가부터 그렇게 돈에 연연하더니 (부잣집 딸인데도요) 준 재벌 삼세랑 결혼한다고 로또 맞았다고 정말 행복해 하더라고요. 저도 같이 기뻐했죠. 결혼식 사회까지 봐줬어요. 근데 요즘은 잘 만나지도 않지만 가끔 만나면 무조건 예약 몇달전에 하고 대기 몇달 하는 그런 곳에 가서 밥 먹어요. 음식은 극소량으로 나오는 데 하나하나 사진 찍어서 올리고요. 여긴 점심 한끼에 30만원밖에 안 한다고 가성비 맛집이라고. 물론 각자 내요. 전 보통 친구 만나면 제가 내거나 번갈아 내는 편인데 여긴 너무 단가가 세서요. 이게 취미를 넘어서 거의 인생의 낙이 된 것 같은데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옛날에 우리 영양센터 통닭 사먹으면서 별의별 수다를 다 떨고 정말 즐거웠는데. 가끔 그 자랑스러워하는 강남 주상복합 펜트하우스에 초대해서 가면 사람은 어른만 네 다섯인데 치킨 한 마리 시켜요. 제가 바리바리 사가지고 가면 자기 메뉴 방해받는다고 싫어하고요. 이제는 거리를 둬야 할 때가 된거겠죠. 정말 좋아했던 친구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