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도 저도 경기도이고, 30분정도 거리에요
엄마가 돌아가시고부터 아버지가 제 집에서 지내세요.
함께 사는 게 100퍼센트 장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큰 불편은 없어요. 집안 일도 거의 다 해주시고.
본가는 짐은 그대로 있고, 가끔 주무시는 정도에요
아버지가 40년 넘게 사신 곳이라서 지인들도 다 그곳에 있고, 평수는 크지만 매매가도 아주 낮아서 처분하느니 그냥 두고 있는데.
이게 집 생활비가 2중으로 드는 게 오래 되다보니 좀 버겁네요.
제 집과 본가까지 관리비가 이중으로 나가는데
이것만 한달에 5, 60가까이 되요.
많다 적다 개념보다 새는 돈이라고 생각하니 아깝다 정도 였는데,
문득 얼마 전 내가 몇 십만원짜리 물건 사면서 고민을 한참하던 중에 현타가 왔어요.
10년 동안 관리비만으로 3천만원이 넘게 나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
제 집은 직주근접으로 제가 마련한 집이고,
생활에 더 없이 만족스럽긴 하지만 투자처나 상승 기대 가치는 0 에 가까워요.
결국 둘 다 부동산으도 자산 가치는 없는 상황.
아버지는 현재 소득은 없으세요. 보통 생활비는 제 카드 쓰시구요.
이런 고민이 요즘 좀 많이 들고, 나도 노후를 위해서 서울에 투자를 해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겠지만 제 집을 정리하고 본가로 제가 들어가는 걸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제 집 처분한 걸로 서울에 갭투자를 할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꺼내니,
본가에서 출퇴근도 그렇고 살기도 그렇고 불편해서 니가 살겠냐고 그러셔서 좀 이야기를 나누다 말았어요.
그러다가 오빠에게도 이야기를 했는데,
이 이야기가 몇 년전에도 잠깐 했는데 그 때도 유야무야 됐고, 다들 별로 반기지 않았거든요.
지금 다시 이야기를 꺼내니, 단칼에 난 반대- 그러는데 순간 욱하더라구요. 뭐 때문에 반대를 하냐니까 너 출퇴근 힘들꺼다, 집 낡아사 살겠냐 어쩐다하는데,
출퇴근 힘들어도 내가 힘들건데 그게 뭔 상관이냐, 그리고 말만 그러면서 내 부담은 생각해봤냐.
무슨 값어치도 없는 별장 유지하는 것도 아니고 왜 내 생각은 안 하냐고 싫은 소리를 해버렸네요.
전화 끊고나니 화는 화 대로 나고, 속상하기도 하고,
또 일하는 사람한테 퍼부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고.
오빠나 아빠나 동생바보 딸바보고
저도 집에서 항상 존중받는 위치에요 그걸 의심해본 적은 없는데,
내가 가지는 불안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서 급 속상하네요.
아버지는 제 입에서 부담된다는 말을 들으시면, 당장 내일 폐지라도 주으러 나가실 분이라 속상하실까봐 직접 말은 안하고는 있는데.
저는 저런 말들을 하면, 같이 지출을 줄이는 고민을 해줄 줄 알았는데, 연세드신 아버지야 그렇다고 쳐도
오빠가 저러는 건 진짜 서운하네요.
엄밀히 말해서 오빠한테 허락이나 동의를 구할 일도 아니고, 제가 결정하면 되는 일이겠지만,
솔직히 본가가 너무 낡아서 저도 들어가 살 자신이 없어요. 분가도 그래서 했었구요.
그래서 본가도 처분하고 근처 다른 집으로 알아볼까 그런 상의를 해보려는 거였는데 이런 식이니.
그냥 속상해서 두서없는 푸념입니다.
너무 아픈 말씀하실 분은 제발 지나가주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