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을 뚫고 방사선치료을 받고 있어요
항암으로 머리카락이 없으니
비니 털모자 자기 취향대로 쓰고 주르르 여자들이 본인을 호명할때까지 앉아 있는데 한 십분씩 겹치는 분과 인사하기 시작했어요
옆광대 뽀얀 피부 몇년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닮으셨네요 시어머니가 60에 폐암에 걸려 투병하셨는데 그 정도 신거같아요
저도 아프면서 시어머니가 밉기도하고 그리워지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하고 말을 걸어봤어요
스몰토크로 시작했거든요
날씨얘기 주차얘기 병원비얘기 하다가
며칠되니 말이 짧아지시더니 돈이 있는 얘기하시더라구요
자랑은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치매에 걸려도 한다더니
자랑은 dna에 박혀있는구나 싶어요
그냥 초면에 몇번 본 제 기를 누르려고하는거 같았거든요 ㅎㅎ
머리도 없고 환자복에 밍크코트랑 외제차 열쇠를 보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힘든 여정을 겪는 사람들끼리도
아직 나 건재하다 잘사는 여자다 이런거를 보이니 좀 당황했어요
아 사람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해도 모두다 똑같은 교훈을 얻는게 아니구나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