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공단 지사장으로 퇴직했어요.
임기 후반 약 15년은 각 지방 지사로 순환근무 하느라 계속 오빤 숙소 생활하면서 새언니에게 월급 전액 맡겼고요.
조카는 결혼한 조카 1명있어요.
새언니는 지방에서 무슨 개인 사업 하느라고(진짜 이 사업도 뭐였는지 말하고 싶은데 말하면 아는 분 있을까봐 말 못해요. 남편에게 우리 새언니 무슨일 힌다 말하기 좀 멋쩍은 그런 일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청상에 과부된 사돈 어른 모시느라 고향 못떠난다 해서 오빠 혼자 그리 살았죠. 네. 여기까진 부부가 알아서 할 일이니 제가 말할 꺼히 아닌 거 압니다.
정년하고, (그냥 정년도 아니고 공단 지사장직이요!! 월급 결코 적지 않아요!!) 집이라고 돌아온 오빠 앞에 남은 건,
치매로 거동도 못하는 장모님과 함께 살아야 하는 32평 전세 아파트(전세금 2억 안됩니다)와 지방에 전세낀 27평 아파트 한채(매매가 1.8인데 전세 1.7 끼고 있답니다)가 전부랍니다. 오빠가 개인적으로 15년간 모은 돈(월급에서 본인 생활비 100 남기고 아내에게 모두 보냈다고 해요. 오빤 그 100에서 또 얼마씩 남겨 돈을 모은 거고요)보다 적은 돈만 남아 있는 통장하나.
한동안 오빠가 너무 힘들어했어요.
오빠 탓도 있겠죠. 그런데 60년대 초반생인 오빠는,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살림하고 가사를 돌보는 일이 너무 당연해서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니 어련히 모으고 있으려니 했답니다.
그 돈을 다 어디썼냐 했더니.
조카 뒷바라지(네, 조카가 빨리 자리를 못잡아 이것저것 손을 많이 대고 돈도 많이 깨먹은 것도 사실이에요. 이건 저도 압니다. 대학도 두번 다녔고 재수비용이니 편입비용이니 뒤에 또 서울가서 뭐 해 보겠다 해서 생활비 대고요)
처남 뒷바라지(새언니 동생이 무능력한 신불자라... 그 동생 결혼시키고 생활비 주고...)
그리고 새언니 사업에 다 썼답니다. (세번 말아먹었습니다)
합하면 큰 돈이지만 쓸때는 그렇게 큰돈을 쓴 것도 아닌 거죠. 오빠 월급 생각하면 아들 재수 뒷바라지 편입학원 뒷바라지 서울 생활비 못댈 형편도 아니었고 동생한테도 막 몇천씩 준 게 아니라 2천3천(이 두번 다 오빠 동의 구했다고 해요) 준 두번 외엔 백만원 오십만원 이백만원... 뭐 이런식으로 돈을 준 거죠. 단지 그 기간이 너무 길었고요.
돈을 모을 틈도 없이 들어오는 족족 그렇게 탕진하고 빚내서 사업하고 말아먹곤 오빠 월급으로 갚고 하는 것도 계속 반복했고. 한번도 목돈을 모아본 적이 없는 거죠. 심지어 아들 결혼에 전세금 5000 대준 것도 모아서 준 게 아니라 일단 자기 전세금 담보대출 받아주고 갚아 나갔다니 말 다한 거.
지금 사는 집 전세금도 사돈 어른 살던 집 재개발 보상금 받아 들어온거라 사돈어른 돌아가실때까지 모셔야하는 것도 기정 사실이구요.
오빠가 한동안 너무 힘들어서 혼자 여기 저기 바람쐬러 다니고 저희집에도 며칠 와있고 그랬을 때도 새언니는 퇴직했으면 이제 마누라랑 같이 시간 보낼 생각을 해야지 평생을 생과부로 만드냐고 오빠한테 전화로 소리소리 질러댔어요. 그때 보다못한 제가 언니에게 욕을 했어요. 언니같이 경제관념없는 사람 처음봤다고요. 오빠 그만 괴롭히고 좀 쉬게 놔 두라고요.
네, 잘못했죠. 손아래 시누가 어딜.
그런데요.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간 오빠가
세상에 공단 지사장으로 정년퇴직한 오빠가
노후자금 걱정하고 있는 걸 보니 눈이 돌아가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새언니는 저에게 사과를 받지 않으면 분이 안풀린다고 아직도 오빠를 쥐잡듯 잡고 있어요. (설에 오빠 잠깐 만났을 때 조카 손주 사진 보느라 오빠 폰 보다 카톡대화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