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엄마가 귀가 안들리시나봐요

83세 이신데

보청기는 죽어라고 안하겠다고 박박 우기시고

한번 사드렸더니 반나절도 안쓰시고는 반품하라고 소리소리 지르면서 

보청기 회사에 전화해서 기어코 반품해버리시더라고요. 

그래도 앞에서 이야기 할때는 제가 좀 크게 말하면 대화에 별 문제 없었거든요?

 

요 며칠 엄마가 감기가 걸렸는데 오늘 아침에도 열난다고 뭐 먹어야 하냐면서 

집에 있는 약상자를 뒤적거리실래

'엄마, 병원 8시 반부터니까 얼른 다녀오세요 (걸어서 8분거리에요)' 했어요 

" 뭘 먹어야 되냐? 이거 타이레놀 먹으면 되냐?"

" 그거 먹으면 되는데 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주사 맞으세요. 며칠째 안 낫잖아요"

"테라플루 먹으면 더 빠르겠지? 나이트 먹으면 졸리니?"

" 나이트 먹으면 졸려요. 엄마, 병원에 다녀오시라고요. 지금 가면 안기다려요. 아침에 대기 없어요 "

" 아 여기 데이용 있구나 이거 먹어야 겠다"

" 엄마, 가서 주사 맞고 오세요. 응?  며칠째 안낫잖아요" 

" 이거 뜨거운 물에 넣어야 되니?" 

" 제가 타 드릴께요. 엄마, 이따 병원에 꼭 가세요. 아셨죠?"

"-----" 묵묵 부담 

약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가심 

기타부타 말을 안하고 못들은척 

 

어제는 저녁에 국에 밥 말아서 드시면서 

"니가 끓인 국이 왜 이렇게 짜냐 ? 하시는 거에요.

아침에 끓인건데 저녁에 퇴근해서 보니 국물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오래 끓여서 쫄아버린 거죠. 근데 거기다 밥을 말았으니 (거의 비빈거죠)

당연히 짜죠. 

" 엄마, 국이 국물이 하나도 없던데요. 잔뜩 쫄았더만. 뜨신 물을 좀 부워요"

계속 드시면서 

" 아유, 짜. 이게 뭐람" 

" 엄마, 물을 부으시라고요. 뜨거운 물이요. 쫄아서 그래요" 

(계속 드시면서) " 도대체 뭘 넣고 끓인거냐? 이렇게 짜게"

" 엄마, 쫄아서 그런거니까 그냥 드시지 말고 물을 넣으시라고요" 

(묵묵 부답에 계속 드심) "어유 짜 소태네 소태" 

" 엄마! 짠거 먹지 말고 물 넣으시라고요!"

(묵묵부답에 계속 드심) 

 

하... 

왜 저러시는 거죠 ?

본인 듣기 싫은거 안들리는 척 하시는게 

꼭 우리집 고양이 같아요. ㅠㅠㅠ 

일반적인 대화도 참 힘드네요. 

저도 똑같은 말을 몇번씩 하게 되서 에너지 방전되는 느낌이에요. 

도대체 왜 저러시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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