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12시쯤 도착하고
가결된 후 바로 귀가한게 아니라 근처 식당에서 밥 먹고
출발하니 인파들이 많이 빠져서 덕분에 별 고생 없이
잘 다녀왔어요.
경기 북부 살고 광화문은 워낙 자주 가는 곳이라
부담 없이 얼마든지 가겠는데
여의도는 1995년 63빌딩에 피자 먹으러 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라 아무래도 너무 멀게 느껴져
갈까 말까 고민하다 나중에 후회하기 싫어서
남편과 다녀왔어요.
남들 다 간다는 여의도 벚꽃놀이, 불꽃놀이처럼
인파 몰리는거 생각만해도 자리깔고 눕고 싶어지는
극내향성이다보니 더 멀게 느껴졌나봐요.
지난 촛불집회와 가장 다르게 느껴진 점은
집회를 나갔을 뿐인데 뭘 되게 많이 준다라는거였어요.
12시쯤 일찍 도착한 덕분이기도 했겠지만
사방에서 나눠주시는 핫팩, 응원봉, 빵
갓 뽑은 뜨끈뜨끈한 가래떡, 음료는
물론 신나게 응원봉 흔들고 있는데 사방에서
귤, 고구마 말랭이, 감 말랭이, 휘낭시에, 마들렌 등등이
막 파도 타며 돌아다님 ㅋㅋㅋㅋㅋㅋ
이 사람들 먹는데 진심이구나 싶었고
서로서로 당 떨어질까봐 추위에 잘 먹고 버텨서
기운내자는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 든든하고 고마웠어요.
아직 인파가 몰리기 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응원할 자리
모색도 하고 구경도 다니는데
선결제해주신 카페들은 굳이 sns 안 찾아봐도
단번에 알 수 있을만큼 사람들이 카페 밖까지 줄 서있었고
(이날 여의도 알바님들 위대했음 ㅠㅠ)
어묵 먹고 가라 커피 받아 가라는 푸드트럭들도
얼마나 많은지 그 많은 인파가 몇 시간 동안 줄 서서
받아가는데도 줄어들지가 않더라구요.
대용량 핫팩이 그리 무거운 줄도 모르고
코스트코에서 한 박스 사서 주변 사람들 나눠주려고
20개 정도 들고 갔는데 제가 들고 간건 꺼내보지도
못 했어요 ㅋㅋㅋㅋ
주변에서 불쑥 핫팩 안겨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집에 와서 보니 핫팩이 26개로 늘어나 있는 기적이 ㄷㄷ
남편과 저는 젊은 사람들 점심 한끼 못 사줄망정
저거까지 우리도 줄 서서 먹기는 염치 없다 싶어
커피 한 잔도 안 받았지만
집회현장에 참석한 인파 못지 않게
멀리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절실히 느꼈어요.
그리고 사람들 빠지기 기다려 거의 다 철수 하신 다음
여의도를 빠져나오는데 텅 빈 도로들 보고
방금전까지 200만명이 먹고 마시고 피켓 흔들던
시위현장이라고 절대 믿을 수 없게
종이 한 장 없이 싹 치워져 있는거 보고 소름 ㄷㄷㄷ
건물 사이사이 쪽길 같이 외진 곳들도
평상시 음료컵 정도의 쓰레기만 간간히 보일뿐
흔적도 남기지 않고 빠져나간 거대한 인파에
뭐라 할 말이 없더라구요.
아놔 이 완벽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ㅋㅋㅋㅋㅋ
집에 돌아와 뻗었고 오늘도 시체놀이 예정이지만
파면 받고 사형선고 받는 그날까지
헌재고 법원이고 다 따라다닐거예요.
저 핫팩 겁나 많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