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8, 노산이지만 자연임신으로 그리 어렵게 생긴 아이는 아니었어요. 24주까지 행복한 임신 생활이었어요. 축하도, 배려도 많이 받고... 정밀 초음파 보는 날 문제가 명확해 대학병원으로 옮긴 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제 운명대로 살다 보내주는 것이 아이와 엄마에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시기상 낙태를 할 수는 없으니 애가 버틸 수 있을 만큼은 지켜보자고. 살아서 태어난다면 수술이 불가피한데 7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요. 국내보다 전세계에서 사례를 찾아봐야하는 것에 걸렸다고 하는데 내 평생 평범하게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아직 원인을 밝히기 어려워 답답하고 허망하기만 합니다.
아이는 배 속에서 너무 잘 놀아주었기에 어느 날은 아프지 않고 남들처럼 평범하다는 착각도 했습니다.
어제 아이 상태를 보니 입원해서 이번 달 안에 제왕으로 출산하는 게 좋겠다고 해요. 엄마 자궁도 살리고 다음을 위해서 그게 좋겠다고요. 아마 30주 쯤 출산하게 될 거 같은데 덤덤하기도 하고 그래도 혹시 수술이 잘 되면... 하는 희망도 가져보네요. 그동안 여러번 초음파 보면서 기적이란 건 없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여전히 희망을 쥐어봅니다.
다음이 있을지... 이젠 눈물도 마른 건지... 엄마도 아파서 제주도에서 요양 중인데, 처음에 아이 소식 전하자마자 다음날 올라오셔서 니가 더 중요하다 너 몸 챙겨라하며 먹을 거 챙겨주시고 아이 얘기는 더는 안 하셔요.
남편도 이젠 니가 더 중요하다며 진작에 덤덤해졌어요.
실패한 것도 아니고 아무도 잘못한 사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문득 움추러듭니다.
내 생에 가장 큰 행복과 슬픔을 주는 지금도 여전히 꼬물락 놀고 있는 아이를 느끼며..눈물이 다시 흐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