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한(韓) 씨의 노림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의 8일 대국민담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한-한 브라더스가 공동 통치하겠다”
다들 초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말하지만 두 사람이 귀를 기울일 리 만무하다.
지금 집권세력의 목표는 단 하나다. 정권 재창출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벌어야 한다.
국민의힘 출입기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최소한 1년은 버텨야 한다”에서부터 “대선을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방안”까지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무슨 수로?
우리 헌법에 허점이 있다. 그걸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대통령과 관련한 우리 헌법 68조와 71조 사이에는 미세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68조를 보자.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두 달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조건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①궐위(하야나 탄핵) ②사망 ③판결.
①번은 그럴 생각이 없고 ②번도 아니다. ③번은 대법원 판결을 의미하는 것이니 부지하세월이다.
국민의힘 108명이 똘똘 뭉쳐있는 한 선거는 없다.
이번에는 71조를 보자.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68조와 비슷하지만 ①궐위(하야나 탄핵) ②사고 두 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②번 사고가 뭘 의미하는지가 뜨거운 쟁점이 될 듯하다. 우리 역사에는 그런 경험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장 구속이 된다면?
두 한 씨는 그걸 ②사고라고 우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례가 없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까지 가서 최종 해석을 구하자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단체장들의 경우 지방자치법에 “구속되면 직무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두 한 씨의 입장에서는 이 규정을 근거로 밀어붙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에서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집권여당의 입장에서는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이다.
한덕수 총리가 황교안 총리 때처럼 하는 거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황교안 대행 때는 두 달이라는 시한이 정해졌지만, 한덕수 대행은 그 끝이 정해져있지 않다.
대통령 선거 일정은 한없이 늘어질 수 있고, 집권 여당은 그걸 칼자루로 잡고 야당에 협상을 제안할 수 있다.
이런 꿍꿍이라면 검찰의 수사 방향과 속도가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한다.
검찰이 하룻밤 사이에 푸들에서 사냥개로 변신해,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건 이런 흐름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 구속은 눈앞이다. 이번 주말이라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구속을 각오한 듯하다.
“대통령 부부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은 우선 정권 재창출”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길이 없다.
검찰 수사->한동훈 대통령->윤석열-김건희 사면의 시나리오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한-한 브라더스의 꿈’은 마치 10.26 직후 유신 잔당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인 것과 비슷하다. 검찰권을 쥐고 있는 한동훈 대표가 사실상 전두환 장군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최규하 총리와 겹쳐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인데, 박 대통령이 사망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산 송장’ 쯤에 해당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다. 그때는 신군부의 움직임을 우리 국민들이 몰랐다.
가끔씩 경고음이 울리기는 했지만 눈치를 챈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속셈이 유리알처럼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저 헛된 꿈에 불과하다. 모래성이다. 한두 번만 더 파도가 치면 와르르 무너질 망상이다.
2025년 새해 아침은 그 어느 해보다 말간 태양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