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문재인이 문제잖아?했던 아들내미랑 여의도 다녀온 이야기.

무슨 수렁에서 건진 내 아들, 같긴 한데요.

 

애가 영과고를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중학교때는 학원의 아들이었고, 고등학교 가서는 주말에 대치동의 아들이었죠.

 

간만에 시간이 나서 끝나고 집에서 치킨 먹으며 빈둥 거릴때
“엄마, 있잖아 문죄*이 어쩌구저쩌구~~~~”

 

저는 순간 놀라서
”얘, 너는 엄마가 민주당 지지하는데 그렇게 말해도 돼?” 했더니
자기도 놀라서 버벅대고.
또래 친구들이 말하는대로 그런가 했었는데, 엄마랑 생각이 다를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나봐요.

 

뭐라 더 이야기해볼까 하다가 둘 다 잠시 침묵.

 

좀 있다가 다시 자신의 논리(?)를 개진합니다.
코로나 델타 바이러스일 때 왜 방역을 그따위로 했느냐 등등 - 몇년 전 일이라 저도 정확히 기억안나네요. 
뭐 코로나에 대한 대처로 당시 민주당 정부를 까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말빨로는 또 절대 안지는 엄마라서
코로나 같은 처음보는 호흡기 전염병은 현실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방역한 게 맞고
델타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더 강한 대신, 치사율은 더 적어진 상태로 변이된 거다.
그리고 이런 비상시국에 대처하려면 어느 정도의 강제성은 피할 수 없다.
엄마가 너 어렸을 때 예방접종 맞춘 것도 아픈 주사 맞추려는 나쁜 음모냐.


그걸 그런 식으로 비난하는 거는 매우 정치적인 거니
누가 그런 소리를 하거든 그냥 A는 이렇게 말하더라, B는 이렇게 말하더라 하고 들어놓고
저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 찬찬히 생각해봐라, 하고 끝냈어요.

 

다행히 납득한 눈치였고
나중에, “엄마, 교무실에 갔을 때 어느 선생님이 문재인 달력을 책상위에 두셨더라구. 
그 선생님은 문재인 지지하는 거지?” 라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네요. 
다만 너희 친구들도 엄마아빠의 의견을 따라서 반문재인일 수 있으니, 친구들 간에 그런 이야기를 구태여 할 필요는 없지. 하고 덧붙여놓구요. - 강남친구들이 좀 많습니다.

 

그리고는 뭐 서로 잘 지내다가
계엄령이 떨어진 날 밤, 엄마 이거 봐봐, 하고 알려준, 이젠 대학생이 된 아들.
새벽까지 잠을 못이룬 엄마를 본 아들.

 

“아들아 이번 토요일엔 뭐함?”
“기말고사 하나 있음.”
“아들, 역사적인 현장에는 원래 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더욱 특별히 쪽수를 채워줘야 하네.
그래서 시험 끝나고 거기서 바로 여의도. 콜?”
“콜~~~”

 

토요일 집회에 참석했고, 끝나고 아들은 피자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엄마도 먹지 그래?”
“우띠, 탄핵안이 부결되서 엄마는 피자가 안넘어가네. 너 다 먹어.”

 

“아들아, 엄마의 유언 몇개 중 하나를 지금 말하마.
우리가 국힘을 원래 안뽑는 집안이긴 하지만, 너도 평생 국힘 뽑으면 안돼.”
“오케이.”

 

어제 아들이 바쁘다고 미뤄뒀던 영화 서울의 봄을 봤습니다.
아무 생각없는 공대생, 그래도 조금씩 생각이 생기나 봅니다.

 

옆에서 추임새 넣어주는 엄마, 
“미친 전두광이 저러는데, 우리는 이태신만큼은 못해도, 좋은게 좋은 거지 했던 국방장관처럼 살면 안되지.”
“그리고 광주 민주화운동이 있었는데, 광주 출신인 아빠가 그때 국민학생이었어.

아빠는 아마도 평생 서울의 봄을 보지 않을거 같애.”
“박근혜때는 괜찮았는데, 이젠 엄마가 허리가 아프네. 집회 더 못나가겠다.”
“그래도 또 쪽수가 필요하면 가줘야지. 아들아 그때도 피자사줄께. 그리고 누나 응원봉 중에서 괜찮은 거 빌려가자.”

 

근데 확실히 8년전이랑 다르네요. 허리가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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