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덜렁 되는 중학생 딸을 둔 40대 후반 입니다. 오늘도 체육복을 갖다달라는 전화를 받고 끓어 오르는 열을식히며 학교로 배달 하고 오는 길에 잠깐 커피숍에 들러 한숨 돌리고 있어요. 이 아이는 한때 ADHD 아닌가 라는 의심을 품고 풀 배터리 검사까지 다 해 본 덜렁이입니다.벽과 침대 사이에서 썩고 있는 양말이 몇 켤레이며 가방 속에서 썩고있는 체육복 운동복이 몇 벌인지 모르겠네요. 지금 학비 고지서도 제대로 전달 해 주지 않아 독촉전화를 가끔 받습니다. 그러니 뭐 다른 편지는 말할 것도 없이 가방 안에서 썩고 있겠지요 ㅜㅜ어젯밤에도 그렇게 준비물 잘 챙겨라 라고 얘기 했건만…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도 어릴 때 저희 아이와 별 다를 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친정 엄마가 처음으로 핸드폰을 마련 하고 저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냈던 내용이 제발 아침에 허둥 되지 말아라 라는 것이었으니까요. 친정 엄마는 안타깝게도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이런 이야기를 공유할 수 없다라는 것이 너무 아쉽고 가끔은 쓸쓸 합니다. 그리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저도 매일 학교 공중전화로 엄마에게 준비물 갖다 달라고 하고 덜렁대고 책가방 안들고 학교 간 적도 정말 많거든요 사용한 생리대를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종이 가방에 모아둬 옷장 안에 넣어두다가 엄마한테 등짝 맞은 적도 여러번이구요. 이렇게 생각하니 아이가 저렇게 행동 할 때 화가 나다가도, 나는 더 했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다지 화가 나지는 않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요. 말썽 부리지 않고 모범적으로 잘 자라신 분들은 어쩌면 사춘기 아이들을 대하면서 매우 억울하고 힘들겠다 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정말 골고루 다해봤기에 부모님 속상한 마음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고, 사춘기 아이의 마음도 아, 내가 저때 그런 기분이었지 라는 이해도 조금은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통번역 대학원 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물론 제 얘기입니다ㅎㅎ 40대 후반에 뜬금 없이 통번역 대학이라니 앞으로 AI 시대인데 그럴 가치가 있을까? 주변의 우려도 있었고 저도 그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 3년 후 50이 넘었을 때, 그때 그냥 할 걸!이라고 후회하기 싫어서 진학을 결정 하였습니다. 남편 직장을 따라 해외 생활을 다니다 보니 저의 경력도 안정적으로 이어 가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내 손에 면허증? 자격증 같은 것을 갖고 싶었습니다. 준비 기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고통스럽게 열심히 공부했고, 무려 성적 장학생으로 합격 했습니다. 내년부터 말 그대로 자식 뻘 동기생들과 함께 공부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긴장도 됐고 iPad며 각종 어플리케이션 사용법을 익히고 있는 중입니다.
두서 없는 이야기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을 부모님에게 갚는 것이 아니라 자식에게 갚는 과정인것 같아요. 인생이란 것이 말이죠. 이렇게 인류는 지속 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