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정말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어요
공부 안하고 사고 많이 치고
오빠 밑으로 여동생이 세명인데 큰언니는 사춘기때
오빠한테 엄마 그만 괴롭히고 그냥 너랑 같이 죽자
한 적이 있었대요 (논개처럼 오빠를 언니가 없애서
엄마를 좀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던 듯)
진짜 갓난아기때부터 힘들게 했다던 오빠가
스물여덟에 결혼한다고 올케언니를 데려왔는데
얌전하고 순해보이더라구요 저는 고2였는데
오빠와 결혼하겠다고 인사드리러온 언니가
너무 안됐더라구요
저런 남자와 결혼을 하려 하다니
저는 잠깐 몰래 올케언니에게 우리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우리가 살려면 오빠가 결혼해서 떠나야
우리가 산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하지 않았고
그 무렵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도 들어가고
좋아하는 여자도 생기며
좀 나아진 것도 같은 오빠는 결혼을 해서 떠났고
큰언니가 결혼해서 나가고
아버지 엄마 작은언니 제가 넷이서
오빠 없이 사는데 정말 싸울 일도 다툴 일도
하나도 없이 너무너무 평화로움
그 자체로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때 저는 대학생이었는데
오빠없이 사는 삶이 너무 좋았습니다
평화 그 자체였어요
근데 오빠가 덜컥 아파트 분양을 받고
전세금을 거기 다 넣고
2년만 산다며 올케언니와 조카를 데리고
다시 본가로 들어오게 돼요
조카가 너무 귀엽고 언니가 좋아서
같이 삽니다
2년뒤에 그 덜컥 분양받은 아파트 대금이
하나도 없어 부모님집을 팔아 아파트값으로
넣고 다시는 오빠랑 안 살아도 될줄 알았는데
이제 평생 같이 살아야되게 되어서
오빠 명의의 아파트에서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살게 됩니다
엄마는 오빠랑 너무너무 살기 싫어서
우시면서 갔어요
근데 그때쯤 오빠는 생활인이 되어 있었고
언니가 착하고 조용했고 조카들 자라는걸 보는
재미가 있었고 우리 가족은 그렇게 15년정도
같이 살게 됩니다 작은언니는 일찍 결혼해서
떠났고 제가 오래 결혼을 하지 않고 같이 살았죠
사실 저는 올케언니와 친했고
조카들을 잘 돌보았고
부모님 편찮으시면서 부모님 병구환도 했고
내내 힘든 시간이었어요
오빠와는 같은 집에 산다는 것일뿐
거의 서로 이야기도 잘 하지 않았어요
오빠는 한창 일할때라 늦게 다녔고
저도 일하느라 늦게 다녔죠
서로에게 관심도 없었구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제가 결혼하며
집을 떠나오자
어느 날 밤 오빠가 저에게 전화를 했어요
엄마도 없고 너도 없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주차장에서 전화한다면서요
그때 엄마가 돌아가신 직후라
저도 너무 외로웠는데
오빠가 내 혈육이구나 하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어요
오빠는 한동안 전화를 걸어왔어요
좀 친해졌습니다
일하다가 또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