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이 낳고 육아하는 동안 정말 못해도 너무너무 못했어요
여기다 글 쓰면 이혼안하고 어떻게 살았냐 할거에요
진짜 감정적인 폭력이 너무 심했고 (실제로 때리고 그러진 않았지만)
수동공격이라든지 정말 자기 중심적으로만 행동했고
여기서 독박육아 그러면 난리나지만
정말 고립된 상태에서 육아하는 와중에 남편이 정말 수고하고 있다는 정도의 감정표현은 커녕
집에서 애 키우고 있으니 무가치한 듯 대하고 자기는 돈 벌어오니 엄청 대단한일 하는거처럼
온갖 생색 다내고 진짜 그꼴을 어찌 참았나 몰라요
저도 애 낳고 모성애가 폭발하니 그저 둥지에서 새끼한테 먹이 물어다주는 새 마냥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거 하나만 보고 살았던거같고
아이가 어려서 제가 일을 못하니 남편의 감정이나 남편의 태도가 저한테는 전부였던터라
전전긍긍 맞춰주기 바빴어요 그렇게라도 집의 평화를 유지해서 아이한테 좋은 감정적 유산을
물려주는 것만이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일도 진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육아도 정말 그렇게 성의를 다 해서 했죠
아이만을 위해서요
근데 이제 아이가 좀 크고 제 손이 덜 가고 아이와 대화도 좀 되고 저도 조금씩 일을 하니
남편이 예전처럼 꼴값을 떠는게 참아지지가 않아요
사실 아이 어릴때 육아할때 참았던 건 진짜 남편을 사랑해서 참아준게 아니라
아이 등에 업은 엄마가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으니
(저는 어린애 두고 이혼하고 그러는 깡은 없는 사람이거든요)
참는 방법 밖에 없었는데 (남편하고 싸워봤자 저만 손해거든요. 절대 지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남편이 저를 늘 이겨먹고 산 세월이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니까요
남편이 저한테 진짜 투자한게 하나도 없는거 있죠
투자란게 뭐냐면 정말 따뜻한 말 한마디, 나를 조금이라도 생각해주는 마음, 나를 배려해주는 마음,
작은 집안일 하나 거들어주려는 시늉, 정말 큰거 바라는거 아닌데
그런 사소한 노력도 저 사람은 한게 없더라구요
그러니..
제가 진짜 아쉬운게 없어요
이 관계를 끝내도 내가 끝낼 수 있을거같고
아쉬움이 없어요
물론 당장 이혼을 하거나 그러진 않겠지만요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남편이 애틋하거나 고맙거나 이 사람 없으면 안될거같다거나
그런 감정이 안 들거 같아요
그냥 남편이 참 바보같단 생각이 들어요
조금만 잘해주지.
남편이 아이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럼 저도 애 둘 낳고 남들이 꿈꾸는 그런 따뜻하고 원만한 가정 만들 준비가 되어있는데
첫애 낳았을때 진짜 몇년을 너무너무 못되게 한게 가슴에 사무쳐서
외동으로 끝내야 할거같고
둘째를 낳는게 저를 학대하는 일처럼 느껴져요
(저도 아이욕심이 있고 아이를 좋아하는데 남편이 둘째 낳고 첫째 낳았을때처럼 그러면
진짜 이혼도장 바로 찍게될거같아서 무서워요)
좀 잘하지. 뭐 돈도 잘벌고 바람 피거나 그러지도 않고 허튼짓도 안하긴 하거든요?
그래서 봐주고 살았는데
진짜 너무 저한테 해도해도 너무 못했어요
무정하고 몰인정하고 못되게 하더라구요
애 클 동안 자진해서 쓰레기 한번 버려준적이 없어요 ㅋㅋ
진짜 제가 무수리도 그런 상무수리가 없었어요
저야말로 진짜 고스펙인데 매일매일 내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이 악물고 살았는데 애 재우고 나면 혼자 밤에 쓰레기 산더미같이 들고 나가서 버리고 매일매일 바닥만 닦고 있고 남편도 육아하면서 엄청 챙기고. 진짜 현타 왔었어요. 저는 울고불고 하지도 않았고 그냥 이것도 내 삶의 task 라고 생각하고 했던 거 같아요. 완전 몰입에 무조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서요
시아버지가 시어머니한테 딱 그렇게 하셨더라구요?
결국 두분 다 늙으막에 좋은 모습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부모가 늙는걸 보면서도 그대로 닮네요
그냥 상념에 잠기는 밤입니다.
자는 아이 얼굴 보며 그래도 위로 받고 자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