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어릴 때 농사일 도운 게 억울해요

요즘 자주 어릴 때 생각이 나요. 그런데 화라는 감정이 올라오네요.

나이는 머잖아 오십이 코앞이고요.

부모님은 농사를 업으로 삼았는데요, 초딩 때부터 밭에 가서 감자 심고 고추 따고 고무 양동이에 물 가득 담아서 낑낑거리며 외양간으로 들고가서 소 물주기 등등 진짜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어린 마음에도 일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사춘기가 되어서는 이 집구석에 왜 내가 태어나서 일을 해야 하는지. 농사짓는 부모가 창피하고 싫었어요. 첫째가 오빠인데, 아들 욕심이 너무 많아서 늦둥이 남동생은 터울이 많이 지고 형제가 많은 것도 솔직히 창피했어요.  다큐에 넉넉지 않은 형편에 자식 많은 집 보면 더 화가 올라와요. 그냥 감정 이입이 돼서. 2명만 낳아 잘 기르자, 그 시대인데.

 

사촌들은 다 서울에 살아서 우리 형제들은 노동력의 대상이었는데 걔들은 학원 다니고. 명절에 저희 집에 할머니 뵈러 오면 얼굴은 다 하얗고, 재래식 화장실이 우리는 익숙했는데, 걔네는 무섭고 더러워서 못 가겠다고 울고.

 

노벨 문학상 받은 한강 작가는 소설가 아버지 덕에 일찍부터 다양한 책을 접했다는 얘기 듣고 많이 부러웠습니다. 동화책 한 권 사준 적이 없었고, 그러면서 성적 안 나오면 호통치고, 왜 그렇게 노동력의 대상으로만 삼았는지, 읍에 살았지만,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전형적인 시골. 

 

지금 저도 대도시에 살지만,  어릴 때 노동력으로 사용당했던 게 너무 억울해요. 너무 일찍부터 접한 육체적인 노동 덕에 저는 노동이 신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고통이었어요. 갱년기 탓인지 아침부터 화가 올라와서 여기에 쏟네요. 익명성을 빌어 제 감정을 토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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