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자영업을 하고 있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아파 약간 눈물이 났소

 

 

언니에게 전화했더니 언니는 저녁운동을 하고 있었고 

목소리가 좋지 않구나 했소

 

 

이렇고 저렇고 이야기했더니 어서 가서 쉬어라 했소

전화를 끊으며 형부에게 오늘 일이 많이 힘든가보네 했소

 

 

집에 갔더니 잊고 있었던 보름달같은 아이가 있었소

머리를 깎아놓았더니 정말 집안에 보름달이 둥실 떠있는 것 같았소

 

 

아이가 나에게 사과를 깎아 달라고 했소 나는 아이에게 사과 두개를 깎아주고

식탁에 앉아서 같이 먹었소 네가 있는 것을 잊고 있었구나 너를 보니 시름이 다

날아가 버리는 것 같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소

 

배도 고팠던 것 같소 고구마도 먹고

아침에 만든 샌드위치도 먹었소 기분이 훨씬 나아졌소

 

 

사람들은 또 이렇게 힘든 하루를 넘기고 다음 날을 살아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소

 

 

나와 교대했던 남편이 9시반에 집으로 돌아왔소

 

 

그리고 나에게 괜찮느냐고 물었소 그 때쯤 마음이 좀 나아진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침대에 누워서 일어나지 않았소

 

 

우리 부부는 일을 시작한 이후 거의 방도 따로 쓰고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서

서로 이야기도 잘 하지 않았고

 

다투지 않는 날보다 다투는 날이 더 많았고 싸우면 정말 심한 말을 서로에게 했소

 

 

나는 아이에게 가끔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싫다고 말하기도 했소 그럴 땐 진심이었소

 

 

어제 내가 누워 있는 방에 남편이 두번. 세번. 네번 자꾸만 다니러 왔고

왜 자꾸 오냐고 물으니 남편이

 

당신이 힘들면 이 일을 접자고. 내가 혼자 일해서 당신하고 아이 하나 못 먹여살리겠냐고.

 

뭐든지 하면 된다고.

 

그렇게 남편이 말했고

 

좀 덜 벌고 덜 쓰면 된다고. 사는게 별거 있냐고. 당신이 그렇게 상처받고 누워있는 모습은

못 보겠다고 

 

남편이 내 눈을. 내 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말했소

 

 

 그래서 나는 일어나서 앉았소.

 

 

남편에게 그렇게 따뜻한 말을 들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싶었소.

우리는 자영업자가 된 뒤에 너무 힘들어서 그저 내내 싸우기만 했었소.

 

 

내가 남편에게 말했소.

 

 

어떤 사람들은 등산을 가고. 어떤 사람들은 낚시를 가고. 누군가는 골프를 치고.

이도저도 아니면 차라도 좋은 걸 타고 다니고. 그것도 아니면 바람이라도 피운다는데

 

 

아침 한 그릇 먹고 나가면 하루종일 서서 일하고 밤에는 들어와 서류 챙겨보고

그러고 보니 친구도 안 만나네. 당신은 대체 무슨 재미로 살고 있나.

 

 

남편이 말했소. 나는 진짜 당신하고 아이만 행복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털고 일어나 앉았소.

 

이 정도는 극복하고 살아야지 괜찮다. 고 남편에게 말했소. 남편의 얼굴을 보며 말했소.

 

 

나는 나에게 모욕을 주었던 그 늙은 여자를 잊기로 했소.

그 무례한 얼굴과 말을 잊기로 했소. 

울지 않기로 했소. 나는 보름달같은 아이와 착한 남편을 가진 여자였소.

 

 

남편은 검소하오. 물건을 사는 법이 없소.

하지만 내가 사는 것에 대해서는 말을 하는 법이 없소.

남편은 건강하오. 잔병치레같은 것도 하지 않소.

남편은 성실하오. 진짜 개미처럼 매일매일 열심히 일을 하오.

남편은 반찬투정을 하지 않소. 뭐든지 주면 맛있게 잘 먹소.

 

 

 

나는 다시 열심히 살겠소. 조금 마음을 상하였다고 울면서 집에 돌아오지 않겠소.

나는 그 자를 잊었고 또 다른 자도 잊었고 또 다른 자도 잊으려고 하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내 <서민갑부>에 출연하여 그 동안 있었던 이야기들도 하고

어떻게 어려움을 견디고 서민갑부가 되었는지 이야기를 하려고 하오. 그 때를 기다려 주오.

 

 

자영업자요. 분명 서민갑부가 되어 돌아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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