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어느 할머니의 고달픈 인생사

내 나이 94,

나는 이제 세상의 미련을 버렸다

홀가분하다

그나마 남아있던 성당의 할머니들과

내게 유모차를 선뜻 내어주던 동갑내기 할머니 고마웠다

 

나는 어쩌면 더 이상 살아내기가 싫어졌나보다

 

어두운 밤길 , 뒤 따라오던 남자들 무리를 피해

강으로 뛰어들었으나 끝내 강에서 나오지 못해 죽은 딸과

뇌에 종양이 생겨 완치 받지 못하고 끝내 요양원에 들어간 큰 아들과

할 줄 아는 일이라곤 화투밖에 없는 , 같이 사는 작은아들

 

그나마 더울세라 추울세라 자주 찾아와 나를 위로해주던

여동생 덕분에 여태까지 숨을 붙잡고 살았었지

 

내 갈 날이 얼마남지 않아 , 두고 가는 저 아들들을 어찌할꼬 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 형편없지만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집을

여동생에게 부탁부탁 했었지

.... 나 죽은 뒤 , 이 집 팔아서 우리 아들들 되는 데까지 돌봐주라고 ...

 

흔쾌히 언니 부탁을 들어주며 , 그러마 했던 네가 이럴 줄은 몰랐다

그 집이 어떤 집인데 ... 내 남은 아들들의 목숨줄 같은 집인데

나도 모르게 그 집을 처분하는 계약까지 네가 할 줄은

 

다리를 절뚝이며 , 마지막 남은 기운과 숨까지 몰아쉬며

동사무소와 구청을 오가며 겨우겨우 중도금 지급 전에

막아냈는데 .... 왜 이리 더 이상은 살고싶은 마음이 없을까

 

네 형편도 나 못지 않게 어려운 줄 안다만은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어

내 유언과도 같은 말을 너만은 지켜줄 거라고 생각한

이 언니가 잘못 생각한 걸까 ?

아무리 되뇌어도 내 삶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남편 죽고 , 딸년 죽고 , 아들들마저 저렇게 되고

겨우겨우 붙어 있던 숨을 너로 인해 쉬고 있었건만

결국 피붙이인 너마저 날 배신하였구나

 

나는 이제 가야겠다

더 이상 괴로움이 없는 곳으로

더 이상 아픈 육신도 , 아픈 마음도 없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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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달여 후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다가

어머니의 친구분은 가셨답니다 .

 

어머니가 준 , 보행기만을 달랑 남겨둔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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