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엄마가 힘들어서 벗어나고 싶어요

저만 괴로워하는 엄마와의 갈등으로 상담을 받고 있는 50대 딸입니다. 저는 평생동안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6년 전에 나르시시스트 남자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서 자기애성 성격장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앞으로는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을 간파하고 관계를 끊을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면서 엄마가 악성 나르시시스트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러한 성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늘 저에게만 의지하려는 엄마가 부담스러웠지만 엄마가 폭력이나 폭언으로 저를 학대하신 적은 없고, 용돈을 드리기는 하지만 저를 금전적으로 착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에게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 괴롭습니다. 무능력한 아버지 때문에 평생 가장 노릇을 하며 저와 남동생을 키워주셨어요. 그래서 엄마가 안쓰럽고 잘해드리고 싶었거든요. 남들이 보기엔 사이가 좋은 모녀입니다.  

 

엄마의 성격 특성을 나열해볼게요.

절대로 사과하지 않는다 (저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그래서 의절한 친구가 한 명 있음)

딸의 심정적 고통에 공감하거나 비판없이 수용하지 못한다.  (엄마에게 힘들다는 얘기 못함)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 (그 때 옆에 있으면 저에게 짜증을 냄)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개월만에 결혼했는데 (결국 이혼했음) 결혼식 하기 며칠 전에 저에게 그랬어요. 

'아무개야. 결혼을 하면 남편보다 엄마를 더 사랑해야 해. 남편을 더 사랑하면 안되' 

저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하나밖에 없는 딸이 결혼을 하니 얼마나 외로워져서 이런 말을 할까 안쓰럽게 생각했고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상담을 받다가 이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겁니다.

 

제가 결혼하고 6년동안 아이가 없었는데 한 번도 저에게 왜 아이가 안생기는 거냐고 물어보신 적이 없어요. 남편과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거나 아님 병원에 가보라느니 이런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왜 궁금하거나 걱정되지 않았던 걸까요? 

 

엄마는 만 52세에 과부가 되어 혼자 30년을 살아오셨는데 60대에 몇 년간 만났던 남자 분이 있어요. 그분은  70세 정도 된 재력이 있는 유부남이었는데 그 분도 건강이 좋지 못해 그 관계는 엄마 60대 후반에 끝났다고 짐작해요. 저는 엄마가 얼마나 외로웠으면 유부남을 만났을까 이해하고 엄마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아저씨가 엄마에게 천만원 줬다'. 나를 이렇게 위해주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저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건지?  

 

제가 잠시 사귀었던 남자가 은퇴 후에 시골에서 집을 짓고 살고 싶어해서 그 말을 엄마에게 옮겼더니 '내가 이전에 그 아저씨랑 시골에서 집을 지었었다' 라고 말하더군요. 제가 몇년 외국에 파견근무 나갔을 때 있었던 일인가 봅니다.  상식이 있는 엄마라면 그런 사실을 딸에게는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왜 하필 내가 사귀는 남자 얘기를 하는데 자기가 만났던 남자 얘기를 끄집어 내는건지?

 

건강이 나빠질수록 저에게 의존적이 되어가는 엄마에게 느끼는 미칠듯한 분노로 괴로워하고 있는데 상담사님이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 자란 딸의 우울증의 주된 원인은 억압된 분노' 라고 말씀하셨어요.  상담사님은 하지만 엄마가 나르시시스트는 아니고 자기중심적이고 강한 통제적 성향이 있다 정도로만 진단하셨어요.  솔직히 엄마와 연을 끊고 싶은데 그렇게 하더라도 제가 죄책감없이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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