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계획을 세우기 싫어하는 대문자 P
낼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 3~40대 이나라 저나라 총 10년정도의 해외생활을 했고,
국제이사, 해외이사도 많이 해봤지만 딱히 요령도 없고 그저 생계형 해외살이.
먹고살기 바쁘고, 모아둔 돈은 한국오가며 다 써버리리 일쑤고,
남들보다 집도 늦게 사놓고, 산가격에 팔아버린 늦깍이 부린이 부부.
애둘 낳아 외벌이로 산지 10년, 누군가에겐 선망이지만 나에겐 지긋했던 해외살이.
공항근처도 가기싫어서 아이들 데리고 해외여행은 주재원 (그나마 코로나로 리턴)말고
한적이 없었다. 마흔넘어 아이둘 키우니 기력은 항상 딸리고,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다행이 둘다 머리는 좋은편인거 같은데 이상하게 공부에 집착없는 엄마덕에
둘다 학원을 안다니고 집에서 책보고 음악듣고 팽팽 놀면서 성적은 학교현행만 한다.
둘다 교우관계가 좋고 성격이 해맑다. 엄마가 항상 옆에서 같이 지지고 볶아줘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그렇게 태어난걸까. 모난거 없고 친구들에게 인기많은 애들이다.
얼마전에 기회가 되어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자,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보여주자 그런 의도는 없었다.
그냥 나자신 포함 우리 부부에게 리프레시가 필요했다.
지금은 전업주부지만, 나도 한때는 일욕심 많아서 밤새 일하고 내 사업까지 꾸리던 여자였고,
남편은 가진거없지만 긍정마인드 하나로 대기업 임원까지 되었다.
우리는 둘다 명문대도 아니고, 시대를 잘 타고난편도 아니고 IMF 직격타를 맞아 풍비박산난
경험이 있는 집안에서 자랐다. 성적보다 하향해서 지방국립대를 갈수밖에 없었고 남편도 거기서 만났다. 살면서 학벌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건 고3때 말고는 없었다.
어떤 대학을 가지? 미래에 나는 뭘하지? 어떤직업을 가져야 되는거지?
그러다 대학을 갔고, 대학생활도 회사생활도 그냥 내 성격대로 잘가다 엎어지다 뭐 그렇게 살아온거 갔다. 사회에 나가서는 일만 열심히 했다. 이렇게 일하면 언젠가 승진시켜주겠지.. 그냥 하루하루 사회의 톱니바퀴처럼.. 남편은 좀 느즈막히 진로를 바꾸고 경력을 좀 무식하게 쌓아갔다.
영어도 못하면서 해외를 가서 일을 하고 꾸준히 프로젝트를 빌드업해갔다. 그러다 대기업 계약직으로 들어가고 이직하면서 정직원이 되고, 또 이직해서 다니며 지금은 임원이 된지 얼마 안되었다.
남편은 내가봐도 참 성실하다. 인정욕구도 강한편이다.
나는 첫째아이가 아프면서 일을 쉬게되고, 둘째가 생겨서 또 같이 키우다가 10년을 넘게 경단으로 살고 있다. 지금은 이런 생활이 익숙해졌다.
해외에서 머물며 살면서 보고 느끼고 배운것들이 내 기억과 몸에 차곡차곡 남아있는건지 나는 뭔지 모를 근자감이 있다. 리스크관리와 위기극복 년차도 좀 있어서 잘 해쳐나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첫째아이가 한말 때문에 생각을 깊게 하는 시간이 있었다.
엄마는 내 친구들 엄마들과 좀 다른거 같다고.. 뭐라 설명할수 없는데 그냥 엄마랑 말하다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걱정이 없어지는 기분이라고.. 그게 무슨말인지 나는 잘 알았다. 우리 친정엄마에게 내가 크면서 느꼈던 점.. 걱정하지마 다 잘될거야. 넌 잘 될수밖에 없어. 넌 최고야. 너밖에 안보여. 항상 잘하고 있어. 잘했네. 잘했어 잘했어. 넌 엄마보다 똑똑하니까 더 잘할거야. 이런말들을 듣고 자랐다. (참고로 이혼가정이다.) 지금까지도 친정엄마와의 관계는 좋은 편이다.
아이는 모든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고 기분이 편안해지고 표정이 밝아지는게 보인다.
그냥 옆에 있어주는게 그거면 되는건가? 공부는 네가 진작에 좋아하고 흥미가 있으면 스스로 하겠지. 그래서 공부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는 방향으로 니 인생이 흘러가겠지. 좀 더 안전하고 안정되게 살겠지.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게 이런건 아니다. 그냥 자신감, 자신을 믿는것, 미리 대처하는 능력, 스스로 책임지는 자연스러운 마음 같은거다.
미래의 직업은 AI나 고도기술로 많은것이 발전되어 대체될것이다.
꼭 전문직이어야 할 필요도 없어질거라고 생각한다.
여행가서 명문공대 근처에 며칠 머물게 된적이 있다. 학생들이 저마다 국적이 다르고 딱 봐도 똑똑해보이는 아이들이 기숙사에 지내면서 장을 보러 나오면 마트에서 자주 마주쳤다.
일단 그 아이들은 먹거리에 굉장히 신경쓴다고 보여졌다. 우유코너는 거의 팔리지 않고 두유나 건강식품류, 슈퍼푸드, 글루텐프리 곡물빵, 고기보다 생선위주가 빨리 솔드아웃 되는걸 보고, 아는만큼 보이는건가? 고작 20살 남짓 아이들이 이렇게나 건강을 생각한다고??? 좀 놀라왔다.
그리고 며칠은 서민동네에서 머물렀다. (무슨동네인지 모르고 공연때문에 연식이 있지만 동선 편한곳을 골랐다.) 일단 식당은 자극적인 음식들이 많이 보였고, 마트에도 탄산음료나 술 고기, 통조림, 이런코너가 빨리 팔려나갔다. 덕분에 건강에는 별로지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이런게 미래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거구나. 사는곳도, 소득도 씀씀이도, 먹거리도 양극화.
미국인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하고, 젋은 일본인은 시급 많은나라로 일하러 떠나고, 중국인들은 생계를 위해 목숨걸고 미국으로 밀입국 하기도 한다. 각자의 나라마다 사회 경제에 염증을 느끼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 안에서 매일 헛발질만 하는 각 정부들.. 요즘 젊은이들은 꼭 태어난 나라에서 살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조국의 개념은 희미해지고 개인이 더더욱 중요해진다. 서민도 부자도 각자의 인생이 중요하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특히 부자들은 하층민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겪어보지 못한 안전한 무균상태로 상류층의 삶을 살다가 멋들어진 직업으로 살고 그중 정치를 하는 사람도 나온다. 앞으로 가난한 출신이 정치를 할수 있을까? 그런생각이 들었다. 무균실 정치인들은 이 사회 계층을 들여다보기보다, 자기 만족적인 삶을 산다. 그리고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가난함 사람들이 왜 가난한지 모른채 평생을 살고 많은 돈을 들여 공부했으니 그걸 내 직업적으로 누리며 살다 간다.
이런 미래라면 아이들에게 좋은대학을 가서 좋은회사를 들어가라 강요할수 있나? 싶다.. 평범한 엄마인척 살고 있지만 난 이렇게 괴짜적 생각을 하며 조용히 사는 엄마다. 요즘 엄마들과 좀 동떨어진 생각.. 그렇다고 물려줄 재산이 많지도 않다. 우리노후 먹고 살기도 바쁠거 같다.
그런데 그냥 아이들이 어디서든 인종망라하고 사람을 대하는 능력이 출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연히 배려가 아니라 얻을건 얻고 버릴건 버리고, 본인의 행복을 온전히 누릴수 있는 사람을 되면 좋겠다. 본인의 마음을 잘 느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참 철없는 소리일수도 있지만, 공부도 하고싶으면 스스로 하겠지 서른넘어 갑자기 진로바꾼 너희 아빠도 있는데.. 내가 로드맵을 짜준다고 너희가 그렇게 살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