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남기고 간 온갖 잔이며 그릇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애벌세척해서 식세기 넣고, 쓰레기 버리고 음식물 처리하고 정리정돈 다시하고..... 밥을 해먹은 것도 아닌데 바쁜 주말에 이걸 하고 있으니 현타가 오네요. 정말 잠깐이라도 다시는 내 집에 사람 안부른다. 온다고 오고 싶다고 노래노래를 해도 절대 안부른다. 다짐을 합니다.
연식 15년 정도 된 아파트를 두달 전 완전 리모델링을 했어요. 완전 미니멀리즘과 모더니즘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호텔처럼 깨끗하게 나와있는것 눈에 거슬리는것 없는 스타일로요.
유명한 디자인 업체랑 작업하면서 유튜브 채널에 소개되고 가구도 다 수입으로 신경써서 인테리어를 하다보니 sns에도 몇번 소개되고, 주변에 인테리어 관심있는 사람들이 구경오고 지인들은 초대하고 그랬는데 좀 지쳐가고는 있었어요. 집에 온다고 선물이나 먹을것들 사오는데 필요 없거나 그냥 그 자리에서 먹어 없어지고, 저는 요리를 해주거나 힘들면 시켜줘야 하는데 생각보다 돈도 많이 들고 힘들더라구요. 다들 구경하고 싶다. 초대해달래서 불렀는데 금전적 지출도 크고 남은 접시나 쓰레기 처리는 결국 내몫이고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초대도 안하고 밥도 절대 집에서 안먹고 정말 집 보고 싶다 구경하게 해달라고 하면 밥 밖에서 먹고 차나 마시러 가자고 하면서 차 한잔 내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둘째 유치원에서 알게된 엄마가 저희집에 와본 다른 엄마에게 저희집 리모델링 한 얘기를 듣고 꼭 한번 초대해달라고 가보고 싶다고 해서 그래 언제 한번 놀러와~ 빈말 하고 말았는데, 어느날 모임 앞두고 그럼 그날 언니네 집에(언니라고 하는거 싫은데 언니언니 합니다) 가는거냐고 묻습니다. 그날 인원이 너무 많은데 밥먹고 차나한잔 하든가 봐서 하자고 넘겼는데 모임 내내 그럼 후식은 언니네 가서 먹는거에요?.... 집요하게 얘기하고. 근데 그날따라 집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다 떨어지고 내놓을게 하나도 없다고 다음에 오라고 했더니. 밑에 마트니까 자기랑 장봐서 가면 된대요. 더는 거절 못하고 근처 마트에 갔는데 자기가 먹고 싶은거 이거저거 담고 집에 샤인머스켓은 있어요? 사과는 있어요? 묻는데 황당.... 본인이 결제하려고 저러나 싶었는데 계산대에선 당연한듯 뒤로 빠지길래 제가 10만8천원 결제하고 결국 집에 그 모임 인원들이 다 오게 되었습니다. 그 중 다른 엄마가 미안하다고 빵을 따로 잔뜩 사서 오고, 문제의 그 엄마는 어디 간다고 뛰어가서 나중에 오더니 초대해줘서 고맙다며 지하철역에서 5천원 정도 할것 같은 작은 꽃다발을 사왔더군요.
그리고 저희집에 큰 와인냉장고가 있어서 늘 와인을 가득 채워놓는데 너무 당당하게 그거 보자마자 와인 먹자고 저 와인 좋아해요 하는데 4만원짜리 저렴한 와인으로 까주었지만 썩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저희집에서 7명이 과일 다과 냉장고에 있던 수입맥주와 와인까지 알뜰하게 먹고 갔습니다. 집이 너무 좋다 이런데 살면 카페 갈 필요가 없겠다 다음 모임은 이집에서 하자질 않나...
평소에 베풀고 사는편이고 좀 손해본듯 사는데 갑자기 철저히 계산적인 사고가 들어요. 그 사람들한테 초대받아 뭘 얻어먹거나 신세진게 없는데 왜 우리집 냉장고에 있는걸 내가 당연히 그 사람들에게 비용 없이 내놓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초대한 적 없고 오고싶다고 해서 수락한게 왜 초대한 사람이 되어 내돈으로 뭘 잔뜩 사서 먹여야 하는건지. 제가 돈주고 산 와인은 무슨 원래 있는 공짜처럼 먹자고 하는건지. 다 먹은 접시를 싱크대에 놓아주기는 했습니다만. 나머지 뒷정리와 설거지 뒷처리 다 제몫이구요.
그리고 초대해줘서 고맙다면서 그날 모여서 먹은 점심은 자기네 7명만 엔빵한답니다. 한 2만5천원 면제받았네요. 11만원 상당 장본거나 집에 있는 주류 먹은건 당연히 제 부담인게 되었구요. 저는 그래도 그 모임을 주도하는 그 엄마가 장본거 포함해서 n분의1 하지 않을까 생각을 좀 했습니다. 안그러면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하거든요.
그걸 왜 계산했냐 와인을 왜 꺼내 줬냐는 답답해하는 분 있을거 같은데 저도 알아요. 근데 유치원 학부형 중에 제가 압도적으로 나이가 많습니다. 완전 큰언니 수준이니 그걸 걔네한테 제가 그 상황에서 정색하는 것도 참 그랬구요 생각은 했지만 두번은 없다 그냥 이번에 마지막이고 다시는 안당한다 생각하고 돈 내고 술도 내놓았습니다.. 이제는 절대 집에 누구도 오는거 허락하지 않고 특히 그 여자는 정말 안녕하려구요. 애엄마들끼리 만나 언니언니하는 것도 정말 저는 별로였어요. 열받는 아침 속풀이해보았습니다. 어린애들이랑 어울리면서 처신하는게 쉽지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