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들과 60대 엄마 이야기입니다.
키울 때부터 애지중지해서 물 한번 직접 떠먹지 않고 키웠어요. 가사일은 당연히 안 시켰고요. 제 손으로 물한번 떠먹지 않고 숟가락 한번 챙긴 적 없어요. 다 큰 아들이 삐져서 밥 안 먹는다고 돌아누워 있으면 밥상 차려서 아들 방에 대령하규 혼자 편히 먹으라고 문까지 닫아주는 세심한 배려까지.
아들은 결혼하고 아이 낳으니 효도한 것 같아 뿌듯했어요. 하지만 아들은 행복하지 않았어요. 막상 아내와 살아보니 엄마와 살 때의 세심한 배려와 안락을 누리지 못했거든요. 왜 아내는 자꾸 나한테 뭘 해달라고 하는지. 왜 나를 비난하는지. 시켜먹지 못해 안달인지.
그래서 아들은 50이 가까워오는 지금까지도 시시때때로 엄마집으로 향할 생각을 합니다. 엄마는 진짜 너무 힐링이거든요.
엄마와 매일 하루 한통 이상 통화를 합니다. 오래된 연인처럼. 미주알고주알 속속들이 모든 일상을 얘기해요. 자기한테 무슨 결정의 순간이 오거나 일이 생기면 엄마한테 가장 먼저 전화합니다. 아이가 아파도 전화. 회사에서 사고를 쳐도 전화.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도 전화. 아내와 싸워도 전화. 아들 눈에는 엄마가 아직도 세상 최고입니다. 아내는 그냥 내가 마지못해 데리고 사는 여자일 뿐
아는 사람 얘기인데요. 저는 이 사람 사는 거 보면서 절대로 아들을 헌신적으로 키우면 안되겠다고 다짐했어요. 아들은 엄마가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면 키울수록 절대로 독립 못합니다. 아무리 착하고 고운 아내도 엄마처럼 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