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감기에 걸리면 갔던 병원이 있어요.
회사 건물에 있는 병원인데,
10년 전부터 갔으니까 의사분이 제 얼굴을 기억하시더라구요.
오늘도 오랜만에 감기 증세가 있어서 약을 타러 갔는데,
진료실에서 인사를 짧게 하고
저를 보더니,
안녕하세요? 하셨어요.
그 다음, 인상이 참 좋으세요. 그러시더라구요.
저는 감사합니다. 대답하구요.
그 다음 진료를 마친 후, 모니터를 보시면서 갑자기 '결혼하셨어요?' 물으셨어요.
제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머리도 멍하고, 머리도 부시시했거든요.
나이는 45살이에요.
그냥 기분이 좀 이상했어요.
나같은 아줌마한테도 결혼했냐고 묻네.
어쨌든 나를 좋게 봐주는구나 싶었죠.
집에서 남편은 저를 많이 못마땅해 하고
이혼 얘기가 여러번 오고갔으나, 아이들 때문에 육아공동체로 살고 있어요.
정말 매우 가느다란 끈 하나 붙잡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툭하고 끊어질 수 있는 매우 약하고 가느다란 줄이에요.
사실 언제 끊어질지 잘 모르겠어요.
깊이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가 아니어서일까요?
결혼할 나이에, 마음이 조급해 졌고,
소개팅 한 남자중에 제일 학벌이 좋았고 직업이 굶어죽지는 않겠다 싶어서 제가 결혼하자고 했거든요. 남편도 극 I 라 왠 여자가 적극적으로 나오니 제가 그닥 좋지도 않았지만 싫지도 않았기에 그냥 한 것 같아요. 그때는 지금처럼 싱글이 많지 않았거든요.
오랜 맞벌이 생활을 겪으며, 아이 둘을 키우며 우리는 많이 다투기도 했고, 서로 실망도 많이 하고
남편도 성격이 보통이 아닌 사람이라 화가 나면 저에게 모진 말도 많이 했죠.
때로는 남편의 날카로운 말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처럼 아팠구요.
남편이 화가 났을 까봐 늘 불안하고 눈치를 보는 제가 한심하기도 하고,
한숨을 쉬면, 내가 또 뭘 잘못했나? 혼자 생각해요.
행복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사는게 그냥 그래요.
그러던 와중에 저런 얘기를 들으니, 뭔가 회색빛 제 삶에 오랜만에 분홍색 꽃잎이 떨어진 느낌이에요. 그냥 그렇다구요..
남편은 역대급으로 살이 쪘다고 하고, 저를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은데, 누구는 저를 좋게 봐주네요.
그냥 작은 에피소드 였어요.
내일 또 고단한 하루를 보낼 것 같아요. 그래도 누군가 저를 좋게 봐 준다는 것에서 자존감이 조금 올라간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