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할머니 제사예요
집안 사정도 있고 팔자려니 하고 제사 지내지만
가끔씩 속에서 뭐가 올라옵니다
남편이 재작년에 정년퇴직해서
어제 같이 제사 장봐왔는데
오늘 아침부터 준비하다보니 황태를 안 사왔어요
근처에 마트가 없어서 마트 가려면 차 타고 가야하구요
저는 없으면 빼고 해도 되지 않냐고 했더니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화를 내고 사러 갔네요
저는 어쩔 수 없이 제사음식 만들면서도
제사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인데
그깟 황태 안 놓는다고 뭔 큰일인가 싶은 생각이구요
작년에 시아버지 돌아가셔서
할머니 할아버지 시어머니 시아버지
한 날에 제사 지내고 차례 두번만 지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남편한테는 씨도 안 먹히는 말이죠
요즘 물가도 비싼데 입 짧아서 애써 만든 전
하나도 안 집어 먹으면서 제사음식에
정성 타령하는데 진짜 황태로 머리 한대 때려주고 싶어요
어떤 때는 제사 지내기 싫어서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네요
딸만 있어서 다행이지
아들이었으면 백퍼 제사 물려주려고 할거예요
가끔씩 약 올리려고 아들 없어서 제삿밥 못 얻어먹어서
안됐다고 하면 표정이 참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