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적출과 용종제거술 하고 어제 퇴원했어요.
머리 감고 입원했고 이제 머리 못 감은지 5일차예요.
샤워는 3일 더 있어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더운 병실에서 땀을 많이 흘려 너무 머리가 감고 싶었어요
제 아파트 단지 맞은편 상가에 조그만 미용실이 있어서
오늘 오전에 전화해서 수술환자라 그런데
머리만 감겨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15,000원이라고 해서
잘 됐다 싶어 좀전에 다녀왔어요.
침대에서 기어내려와 엉금엉금 걸어서 도착해보니
2층짜리 상가인데 오늘은 2층 학원이 다 쉬는 날이어선지
엘리베이터 운행을 안 하더라구요.
퇴원 안내문에 계단 오르기 하지 말라고 되어 있었지만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서
정말 살살 한칸 오르고 쉬고 하며 겨우 올라갔어요.
미용실 들어서니 전화 받았던 30대 남자 미용사
한 분만 계시고 아무도 없더라구요.
아까 전화드렸던 사람인데 머리 감으러 왔다고 하니
예약 하셨냐고;;;;;
아까 예약 안내 못 받아서 해야하는건줄 몰랐다고 하니
굉장히 드라이하게 저흰 예약제예요 하는데 너무 당황했어요.
저도 머리하러 가며 예약 안 해본적 없고
식당도 왠만하면 무조건 예약하는 사람인데
상권도 형성 안된 한적한 신도시 조그만 미용실이어서
미처 생각을 못 했어요.
오전에 전화문의 했을때 예약하셔야 한다고 안내해주시지
했더니 "오실 줄 몰랐져" 딱 잘라 얘기하네요.
혹시 다음 타임 손님 예약이 몇 시냐고 여쭤봤어요.
제가 다녔던 미용실들도 예약 중간중간 워크인
받아주기도 하고 예약하고 가도 정각에 바로 시작하는게
아니라 앞 손님 마무리 하고 도와드릴게요 하시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기다리곤 했거든요.
완전 숏컷인데다 드라이 할 것도 없이
바짝 말려주기만하면 되는데 싶어 여쭤본건데
대답은 안 하고
5시 반 이후로 가능한데 다시 오실 수 있겠어요?
하고 물어보는 순간 깨달았어요.
이 사람 미용실 유리벽 통해서 내가 상가복도를
엉금엉금 구부정하게 기어오는거 보고 있었는데
저 상태로는 오늘 다시 못 나올거라는거 알고
물어보는거구나.
돈 안 되는 손님 귀찮게 받고 싶지 않았던거예요.
아뇨 저 다시 못 와요 하고 미용실 문 열고 나서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눈물이 확 쏟아지더라구요.
저 절대 우는 법 없고 슬픈 영화를 봐도 혼자 안 우는
스타일인데 순간 너무 배가 땡기고 욱신거리며 아팠고
그 배를 끌어안고 다시 돌아가야 할 길이
너무 아득하고 힘들게 느껴졌어요.
한눈에 봐도 제대로 못 걷는 수술환자인데도
돈 안되고 귀찮으니 그냥 돌려보내는 냉정함.
거기에 의례적인 최소한의 친절도 보이지 않는 무례함.
손님 계속 기다리고 있던 상황도 아니였고
그 미용사와 단 둘이였던 짧은 순간이였는데도
왠지모를 모멸감과 무안함에 집에 돌아오는 길이
더 힘들었어요.
겨우 집에 돌아와 엘리베이터 타는데 저도 모르게
엘리베이터 난간 붙잡고 무릎이 푹 꺾이더라구요.
어린 아들 데리고 같이 탔던 11층 사시는 젊은 아빠가
괜찮으시냐고 하는데 아 죄송합니다 하며 울어버렸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