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꿈의 목적지는 한국

저는 역마살이 있는지 대학 졸업하자마자 한국 떠나 해외를 떠돌다가 미국에 정착해서 살아요. 떠난지 거의 30년 되어가네요. 처음 외국 나왔던 9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거나 남한인지 북한인지 물어보는 정도였어요. 나이 많은 할아버지중에 한국전 참전했다고 하는 사람 가끔 본 정도, 대개 모르거나 무관심하거나 그랬었는데요. 최근 몇년간 한국인이라고 하면 일단 BTS랑 블랙 핑크 에 대해 너무 많이 물어보는데 잘 몰라서 당황스럽고, 뉴진스 저만 몰라서 망신스러웠고요. 집이 강남이었다고 하니까 강남은 어떤 곳인지 자세히 얘기 좀 해달라고 하는데, 강남이 한강의 남쪽이지 그 이상 무슨 얘기를 하나 난감한 적도 많았고요. 

 

얼마전엔 미국에서 휴대폰 바꾸느라고 콜센터에 연결 됐는데 그 콜센터가 필리핀에 있다네요. 연결된 직원이 자기는 죽기전에 한국 한번 가보는게 꿈이래요. 특히 제주도 너무 가고 싶어서 돈 모으고 있다고. 저보고 제주도 가봤냐고, 정말 그렇게 천국같냐고 묻길래, 제주도 좋지만 필리핀에도 좋은 휴양지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랬더니. 그거랑 다르다고 한국은 꿈의 나라라고! 도대체 뭘 봤길래 그런 환상을 가질까요. 지난 주에는 갑자기 차를 바꾸게 되어서 자동차 딜러샵에서 서류 통과 기다리느라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요, 딜러가 저보고 혹시 한국인이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대뜸 용산 이마트에 가봤냐고 물었어요. 용산은 안 가봤지만 친정집 근처에도 이마트가 있어서 한국 가면 자주 간다고 그랬더니, 정말 이마트는 월마트만큼, 코스코만큼 큰 상점이 층층이 건물 전체에 다 있냐고 해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고 했더니, 너무 가보고 싶대요. 바로 이마트 웹사이트에서 용산 점 사진을 찾아 보여주면서요. 이건 또 무슨 소리? 미국에도 엄청 크고 좋은 쇼핑몰 많잖아요? 그랬더니, 비교가 안 된다고 가본 친구들이 그런데요. 한국에서 근무중인 미군 친구들이 많은데 그렇게 이마트 자랑, 용산 자랑을 많이 한대요. 드래곤 힐즈. 드림 데스티네이션. 언젠가 용산으로 휴가갈 날을 꿈꾸며 밤에도 투잡뛰며 저축하고 있대요. 와, 우리나라 위상이 올랐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하루가 멀다하게 체감하고 있어요. 왠지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책임감도 혼자 느끼고요. 제 주위만 이런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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