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달라졌을까....

초등때 학폭을 징하게 겪었어요.

4학년때부터 졸업때까지.

말거는 아이들이 없는건 너무나 당연하고

가방에 뭐가 있는지 도시락 반찬이 뭔지

특별한게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놀리고

교과서와 준비물은 버려놓고 무릅꿇고 빌면 알려주겠다

숙제한 노트는 찢어놓고 억울하면 샘께 알려라

알리면 샘은 오히려 그들 편이었죠.

부모님 한번 오라고 했는데 엄마가 빈손으로 가셨거든요.

혹은 기대에 미치지 않은 액수였거나.

 

엄마는 애들 그럴 수도 있다고, 졸업때까지 

그냥 다니라고 

.

.

.

 

돌아가신 엄마를 원망하진 않지만.... 

기억을 떠올리니 그냥 눈물이 나요

 

 

하교때

교실문을 나서서 계단을 내려가면 계단 아래서 돌을 던져서 누가 나를 맞추나 내기하던 아이들이 무서웠고

저희 집까지 쫓아와서 돌던지는 애들이 무서워서 

일부러 늦게늦게 하교했어요. 

학년이 올라가면서 해질녘까지 기다리다 아무도 없는 교정이 안심되면 그제야 집으로 갈 준비를 한게

아직도 해질녘의 하늘을 보면 이유도 없이 그냥 서글프고 안심이 되네요.

 

초등때 글짓기와 그림을 잘했어요. 지금은 관련없이 살고 있지만 말이죠.

시를 써오는게 숙제였는데 주동자 아이가 내 숙제노트를 찢는 바람에 나는 숙제 안해온 벌을 받았고

그 다음날까지 다시 시를 써야 했어요.

정확한 조사, 줄임말, 따옴표까지.. 아주 똑같이 쓰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똑같은 시가 안되었어요. 마음에 안들었죠.

그래서 새로 썼어요. 열시 넘어서까지 기억해 내려고 애쓰다다 단념하고 새로 써야겠다고 생각을 바꿨으니

아마 밤새웠을거예요. 

새로 쓴 시가 더 마음에 들었고 숙제로 낼 시간이 기다려졌어요. 몽롱한 발걸음으로 등교하면서 어쩌면 발표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을 가졌을지도.....

아이들이 때리던 침을 뱉던 그날 아침은 뭐든 다 괜챦았어요. 국어시간만 생각했거든요

선생님은 제 숙제를 읽었고 저는 기대감으로 부풀어있었어요. 

봐바 얘들아, 내 실력이 이정도야.

니들에게 내 머리는 잡아당기고 침을 뱉고 돌맹이로 맞추는게 다였겠지만 

나는 그 머리안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날카로우며 따뜻한 언어로 숨어서 춤추고 있단다

 

선생님까지 칭찬해 주시면 니들이 더이상 못 놀릴거야, 못 괴롭힐거야, 어쩌면...

 

선생님은 아이들 모두에게 그러셨어요.

너희들 표절. 이란게 뭔 줄 아니?

???

??

?

 

선생님은 어떤 시를 베꼈는지 물었어요. 속으로 대답했죠.

선생님, 그질문은 지금까지 제가 받은 질문 중 가장 어려운 질문이예요. 그걸 아시면 그 시의 제목을 알려주시고 얼마나 똑같은지 알려주세요, 제발.

저를 따로 불러서 추궁하시는 선생님의 눈을 보면서 결심했어요. 두번 다시 시란 걸 쓰지 않을거야. 평생.

정답은 뭔지 모르지만 걍 잘못했다고 베꼈다고만 하면 면피되는 자리였지만.. 그래도 대답을 하지 않은 건 잘한 것 같아요. 당신이 뺏은 것도 있지만 뺏기지 않은 것도 있어요. 

.

.

.

 

근데

정말 그런가?..... 그랬을까?

요즘 불쑥불쑥 그 때의 내가 아쉬워요 

그 시절이 불쌍하고 답답하고 미워요.

억울함도 미움도 고집도 버리고 나니

왜 바보같았던 나만 보이는지.

그 어릴 적 시절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달라졌을까,

나는 누구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 누구의 나는 지금쯤 행복하고 있을까

내가 바랬던 인생이 아님을 알았을 때

그 때 생각이 불쑥 나는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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