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저는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가 나서
왼팔에 길고 큰 수술 흉터가 있어요.
속에 철핀이 있는데 그 핀을 뽑으려면
또 다른 레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재수술은
포기한 중입니다.
어쨌든 퇴원 후 별 생각 없이 반팔 티를 입고 밖에 나갔다가
모르는 사람한테까지
팔이 왜 그러냔 소리에 질려
나시,반팔 티는 이제 입지 않습니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문득
이 흉터가 '나이 들어서 생겨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체육이 든 날,혹은 무용 수업을 위해
옷 벗을 일이 얼마나 많았을 거며
남들 하복 입을 때에 혼자 춘추복을 입을 수도 없고
이런 저런 일 다 이겨낸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첫 잠자리를 할 때
어휴~어찌 그 앞에서 과감하게 옷을 벗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 떨리는 애인 아닌 남편이 있고
여름,가을 땡볕에도 흉터를 커버해 줄 토시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했습니다.
둘.
생전 처음 해외 여행을 간 날.
너무 들떠서 숙소를 나와 잠시 주변을 걷는데
조깅하는 한 남성이 저를 보고
morning~하는 거예요.
그 나라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아침 인사로
morning~ 하는가 봐요.
그때 전 너무 당황하여 못생긴 표정을 하며 지나갔습니다.'칫! 잘 생기기까지 하네'하면서.
저는 매일 같은 코스로 자전거를 타는데
어느 날부턴가 병원을 짓는다고 덤프가 오고 가는 거예요.
그러더니 연한 녹색 조끼를 입은 신호수가 생기고
양산도 아닌 커다란 검정 우산을 든 신호수는
쉬는 날도 없이 매일 일 하러 나왔습니다.비 오는 어떤 하루 빼고요.
평소에 그는 아침 일찍 현장에 나와
그늘도 없는 땡볕 아래 눈만 빠꼼히 내밀고
한가할 때면 전화 통화륻 하거나 유튭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잠시라도 매일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계속
만난다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나잇대도 모르겠고 햇볕 때문에 얼굴을 온통 모자니 복면으로 휘감고 있어
아주머니 같긴한데 그, 혹은 그녀가 '사람이긴 한 건가'하는 생각까지 들던 어느 날
용기 내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어요.
어머 그쪽에서도
안녕하세요? 받아주네요.여성스럽게요.
그렇게 인사하는 사이가 된 어떤 날부터
희한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제가 멀리서 오는 걸 보게 되면 그 신호수 여인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제 앞에서 90도 인사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황송한 인사를 하는지요.
생각지도 않게 그렇게 거한 인사를 받으니
저도 그녀를 만나기 백미터 전부터
인사할 준비를 하게 되고요..헤헤
82쿡 친구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에 사는 오랜 찐팬 봄날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눈팅을 이어가다 한번씩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