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 - 은호에게 궁금한 것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축하로 풍성한 게시판에 뜬금없이 '나의 해리에게'를 던져봅니다

요즘 제가 제일 꽂혀있는 드라마라서요 ㅠㅠ

지니tv 가입자, 그 가운데서 프라임 시청자는 1주일 먼저 볼 수 있대서 이미 8회까지 본 사람들도 많고, 얼핏얼핏 보기엔 벌써 10회까지 본 사람도 있는 것 같던데, 저는 ena에서 주구장창 해주는 재방송만 열심히 볼 뿐입니다

그래서 6회까지밖에 못 봤습니다

 

전 역사 공부할 때도 연도를 외우지 않습니다. 그냥 사건의 흐름으로 전후를 따질 뿐

제가 외우는 유일한 역사의 연도는 1446년 훈민정음 창제 딸랑 하나 뿐입니다

근데 드라마 하나 보자고 연도를 꿰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면서도 신나게 재방 삼방 사방 틀어주는 대로 토막토막이라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보면서 은호에게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이 생겼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쓰는 건, 앞으로 재방송에서 제가 확인할 부분과 그로부터 추측하는 재미와 정리하는 기분으로 써보는 글입니다

스포가 만땅 있을 글이지만, 부디 7회 이후를 제게 스포하지는 말아주시길...

 

6회까지 은호에 대해 알게 된 것들과 나의 추측

 

은호는 1988년 생이다. 주연이가 주은호를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프로필 페이지에 명기되어있다. 그런데 나는 왜 은호가 37살이라고 알고 있었을까? 어디서 나왔지? ㅠㅠ 드라마상 현재를 2024년이라고 설정하면 만 36세, 2023년이면 35세, 2022년이면 34세... 드라마상 현재가 몇년이었는지 확인을 못했구먼 ㅠㅠ

 

은호는 현오와 8년 사귀고 헤어진지 4년이 되었다. 12년 전에 현오를 처음 만났다고 하면, 만 23~24세일 때부터 사귀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은호는 pps에 입사하자마자 바로 현오를 사귀었거나, 대학 4학년 혹은 아나운서 입사 준비 기간에 만났을 것이다.  은호는 pps 입사 동기 중 유일한 여자 아나운서다. 현재 은호는 pps에서 승진도 누락하고 왕따(라기 보다 스스로 따를 시키는 것도 같지만), 무능한 민폐, 모지리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중이지만, 현오와의 연애 시절 회상 장면을 떠올려보면, 은호는 pps 초창기에 아주 잘나가는, 그래서 포부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자신감 넘치는 라이징 스타급 아나운서였을 것 같다(아나운서 팀장 선배가 아직 은호를 꽤나 챙겨주고 싶어하는 걸로 봐서). 현재 미디어N서울의 백혜연과 비슷했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지금의 은호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혜리는 미디어N서울 주차관리로 무려 3년이나 일했다!!! (솔직히 너무 놀랬다. 한 서너달 한 줄 알았다) 이건 은호의 나레이션으로 나온 말이라 팩트다. 

 

다시 날짜를 되짚어 보면 혜리가 졸업여행으로 실종된 것은 최소 4년 이전이다. 은호는 법원(?)으로부터 혜리의 실종기간 종료통지를 받았다. 아, 여기서도 연도를 확인 못했다. 날짜만 2월 2일자로 실종기간이 종료되었다고 쓰인 것만 봤다. 다음 재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ㅠㅠ. 실종기간 종료라는 건, 법적으로는 사망에 준하는 거라 한다. 실종 신고하고 수색 등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찾지 못하면 1년 후에(보통은 5년인데, 사고 등등으로 특별한 경우에는 1년이라함) 실종기간 종료가 된다 한다. 즉 혜리가 졸업여행에서 실종되고 1년이 넘어서 사망처리된 거라 추측할 수 있다. 혜리가 실종되었을 때, 차림새로 추측컨대, 늦봄이나 초가을쯤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5~9월쯤(여름빼고) 실종되었고, 수색 등등의 과정과 실종의 법적처리과정을 생각하면 실종기간 종료통지에 나온 연도 2년 전 초가을 쯤에 실종되었을 걸로 추측된다. 

 

혜리 실종기간 종료통지를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은호의 차림새로 보아 2월말~3월 말쯤이지 않을까 싶다. 즉, 혜리의 법적 사망을 알게되고 얼마후에 할머니가 바로 돌아가신 걸로 보인다. 은호는 연타로 가족을 잃었다 ㅠㅠ

 

혜리의 실종 기간과 현오와의 이별은 계산상으로는(드라마에서 알려준 미약하고 허술한 정보만으로 계산) 아주 엇비슷한 기간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오와의 이별이 먼저였을까? 혜리의 실종이 먼저였을까? 현오와 이별 장면을 회상하자면 현오와 먼저 이별했을 것 같다고 추측되지만, 확실치는 않다. 그렇게 보자면 1~2년 사이에 예고나 전조 없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3명이 날벼락처럼 연속으로 은호 곁을 떠났다. 현오, 혜리, 할머니... 이쯤되면 이때 은호가 정신병 걸리지 않고 살아있다는게 의아할 정도다. 

 

할머니까지 돌아가신 후 은호는 혜리의 일기장을 읽다가 혜리처럼 살아보겠다고 생각하고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은호의 나레이션으로 그게 3년 전, 은호가 미디어N서울 주차관리소장을 직접 찾아가서 일자리를 청했고, 은호의 스케쥴을 혜리의 생활에 맞춰서 석근을 포기하고 무조건 조근으로만 돌았다.  여기까지는 은호는 은호의 정체성이 분명히 있었다. 그럼 은호는 언제부터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앓으며 은호의 기억이 사라진채로 혜리와 은호가 분리되었을까? 사랑스러워서 정말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맞나 싶은 우리의 문 정신의학과 의원의 문 선생님께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은 건 분명 두달 전 은호였다.(6회 기준 시간으로 따지면 석달전) 문 선생님은 은호씨라 칭하다가 혜리가 은호는 꿈에 나오는 사람일 뿐이라고 한 순간부터 혜리라 부르며 상담을 한다. 은호에게 두달전에 무슨 일이 생겨서 정신과 상담을 결심했을까? 정신과 상담을 시작했으나 은호의 증상은 점점 악화되어 은호는 혜리 시간의 기억을 상실해버리는 해리 상태까지 악화된 것 같다. 멀쩡히 3년을 이중생활을 해왔는데, 왜 갑자기??? 은호야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ㅠㅠ

 

그럼 혜리는 언제부터 강주연을 마음에 품었을까? 주연은 땜빵 대타로 투입된 8시 뉴스에서 반응이 좋아 라이징으로 뜨는 중이다. 아마도 대타 8시 뉴스, 석근을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은 듯 싶다. 그래서 3년을 오후부터 근무하는 혜리하고 마주칠 일이 없다가, 땜빵으로 뉴스를 진행하기 시작해서 석근하는 주연을 마주쳤고, 혼자 마음에 품고 주연의 주차자리를 사수하면서 혼자 좋아했는데, 과연 이 시점이 언제였을까? 혜리가 강주연을 좋아하면서 은호에게 문제가 생겼을까? 그래서 은호가 정신과 상담을 시작한 걸까? 아직 여기 연결고리를 모르겠다 ㅠㅠ

 

은호는 어려서 부모님이 사고로 한꺼번에 돌아가시고 삼촌, 고모가 은호 남매를 서로 맡지 않겠다며 싸우는 걸 들으며 의도치 않게 존재 자체가 민폐, 천덕꾸러기가 되는 상황이 되었다. 다행히 할머니가 거두어 키워주셨으나, 반효정씨가 연기한 이 할머니가 은호, 혜리의 친할머니, 외할머니처럼 직계 할머니는 아닌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 은호가 날 기억하는구나 하는 말, 혜리는 기억에 없는 할머니인 점, 다 큰 은호가 혜리랑 싸울 때, 촌수가 복잡한 할머니라고 말한 점으로 보아 촌수가 먼, 할머니 항렬의 그냥 좀 먼친척 할머니가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할머니는 부양의 의무도 책임도 없는 분이 불쌍한 아이들을 맡아 주신게 아닐까 싶다. 은호도 혜리도 잘 자란 걸로 봐선 할머니는 부족함 없이 은호와 혜리를 눈치보지 않고 잘 자라도록 따뜻하게 잘 키워주신 것은 분명하나 어려서부터 똑부러지게 야무진 은호는 할머니에게도 민폐, 천덕꾸러기가 되어선 안된다는 강박적인 감정이 그때부터 있었을 것 같다. 할머니가 사랑해서 우릴 키웠다는 혜리는 은호 눈에는 사회부적응자, 히끼꼬모리처럼 보이고 그렇게 살아선 안되는 사람처럼 보였으나, 정작 일기장에 나타난 혜리는 바라는 거 없이 소소하게 즐겁게 살고 있었다(학사경고 맞았다는 얘기를 웃으면서 한다거나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가 주자장에서 일하면 너무 즐겁겠다거나, 인생을 사는데 압박도 부채도 무거움도 없이 즐거워 보인다). 반면 은호는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오면서 사실은 너무 힘든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혜리처럼 살아보기로 작정한 걸까?

 

은호에게는 두가지 발작 버튼이 있는 것 같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예고나 전조없이 사라지는 것, 누군가의 앞길을 막는 민폐인간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 그런데, 현오는 은호의 이 두가지 발작버튼을 다 눌러버렸다.  나쁜 시키... 그런데 욕을 하지 못하겠는게, 현오는 은호가 아나운서라는 자기 직업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안다. 그런데 은호가 이렇게 살다간 사랑하는 아나운서 자리까지 예고없이 은호를 떠나게 될 것 같았다. 즉, 직업에서 첫번째 발작버튼이 눌릴 거라는... 그래서 보장된 9시 뉴스 앵커를 포기하고 은호에게 지금 자리를 지켜주고 싶었는데, 그게 두번째 발작버튼을 누르는 일인 건 알았을까? 현오 욕하고 싶은데, 욕할 수가 없다. ㅠㅠ

 

현오는 헤어진 후, 은호의 상태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적어도 혜리의 일은 자세히 알지는 못할 것 같은데... 은호는 동생의 일을 회사에 자세하게 알리지는 않은 것 같다. 실종까지는 알려졌지만(혜리 실종이 뉴스에 나왔었으니까), 사망처리되고 그일로 은호가 정신적, 심리적으로 어느정도까지 타격을 입었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은호가 직업적으로 집중력을 잃고 있다는 걸, 그래서 아나운서 커리어가 흔들리고, 회사생활이 힘들다는 정도만 느낄 뿐... 하지만 은호의 공황발작이 혜리때문이라는 걸 이해하는 걸로 봐선 생각보다 깊이 알고 있는 것도 같다

 

 

여기까지 쓴 건, 매우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6회까지 보면서 느낀 것과 거기서 생긴 의심과 궁금증...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재방송을 몇번이나 더 봐야하는지, 생각만 해도 피곤하지만, 그래도 나는 보고있을 것 같아요

 

이눔의 드라마가 멜로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듯...

은호야, 현오랑 잘되든, 주연이랑 잘되든, 뜬금없이 문지온이랑 알콩달콩하든, 아님 너 혼자든 난 상관없다. 그냥 지금처럼 힘들게 살지만 말아라.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거든

작가님이 은호에게 어떤 처방을 내려서 은호를 행복하게 해줄지, 은호를 그냥 구원하지 않고 냅두면 작가님 미워할거야 ㅠㅠ

그리고 제발 주연이도 좀 구제해 주세요. 

혜리가 없어지고 나서 주연이 생각하면 맘이 찟어지는 듯.

아니, 혜리랑 같이 있으면서 미소짓게 된 주연이조차도 짠하고 속상했는데.... ㅠㅠ

세상이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사람의 은은하고 잔잔하게 돌아있는 화난 눈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어쩌자고 혜리였냐고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