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애 안 낳으려던 한강 작가를 설득한 작가 남편의 한마디

결혼한 지 이태가 되어가던 겨울. 그 문제에 대해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조심스럽게 그는 말했다.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

세상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분명히 있고, 현재로선 살아갈 만하다고 나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한번 살아보기 한다 해도 죄짓는 일은 아니잖아.

하지만 그 아이가. 하고 나는 말했다.

그 아이가 그 생각에 이를 때까지. 그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몸도 결코 아닌데.

나는 물었다.

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해?

왜 그렇게만 생각해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말했다.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 그런 거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않아?

느닷없이 웃음이 터져나온 것은 그때였다.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고 있었다. 그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을 베어물 때. 내가 아무런 불순물 없이 그 순간을 맛보았다는 것만은.

 

자전소설  '침묵' 중

 

 

 

이 이야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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