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있어도 자식때문에 하루하루 버티고 살아지는 것 같아요.
살면서 이렇게까지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매일이 놀랍지만,
그마저도 너무 사랑하니 겪는 일들이 아닐까.
이렇게나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가끔은 두렵기도 합니다.
그저 나 하나 홀연히 살다가 갔더라면 부담이 적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 희노애락의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존재가 자식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희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볼께요.
중2, 초5 남매를 키웁니다. 착하고 순한 아이들이예요.
요즘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없고, 저 역시 본업이외의 일도 바쁜사람이라 항상 바쁘게 살다보니 지갑에 현금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고 살아요.
단, 제가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가 가끔 있는데 그때는 현금을 사용합니다.
짠돌이 기질이 있다보니 제가 먹은 커피값이 카드값으로 보이면 조금 스트레스 받길래
편하게 즐기고싶어서 고안해낸 방법이예요.. 식구들도 알고있어요.
어느날 커피숍 갔다가 지갑을 꺼냈는데 저도 모르는 만원짜리 지폐가 있길래 그걸 사용하고,
어느날 또 갔다가 계산하려는데 저도 모르는 만원짜리 지폐가 있길래 그걸 사용했는데,
어느날 문득 이 돈은 어디서 난거지? 내가 넣어놓은 일이 없는데 하는 생각이 문득..
식사하면서 이상하네. 내가 지갑에 돈을 넣어놓은 적이 없는데
커피숍에만 가면 화수분처럼 돈이 생기네?
라고 무심코 이야기했더니 막내 아들이 ..
엄마 참 일찍도 발견했네요!
그거 누나가 엄마 지갑 빌 때마다 엄마 커피 사준다고 자기 용돈 모아서 넣어놓은거야.
앞으로는 엄마가 현금 챙겨다닐테니 하지말라고 일렀지만 짠하고 고마운 마음이..
주말근무와 휴일근무가 있는 직종입니다.
그러다니 보니 한달에 두세번 휴일에 출근을 하는데 남편 주말 출근과 겹치는 날이 한번 정도 생기면 제가 점심에 와서 아이들 식사를 챙겨주고 다시 복귀하는 형식으로 근무를 하고 있어요.
어제는 무엇때문인지 몸이 천근만근.. 퇴근하는데 아들이 전화해서 너무 배가 고프다고 어디 들르지 말고와서 식사준비해달라고 어쩐일로 채근을 하길래 부랴부랴 퇴근했더니,,
너무나도 예쁘게 비빔밥을 차려놓고 양념장에 고기고명까지 준비해 맛있게 차려놨더라구요..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양념장이 너무 맛있어서 비법이 뭐야? 했더니 버터를 녹여서 고추장에 섞었다고? 생각보다 너무 맛있더라구요.. 음식에 취미가 전혀 없는 딸이 점심에 제가 힘들어보여서 준비했다고.. 고기와 버섯사러 슈퍼를 두번이나 왔다갔다 했다는 아들의 투정이 너무 귀여웠던 저녁시간이었습니다..
항상 제 잠자리를 돌봐주고.. 이불을 가지런하게 정리해주고 밥먹을때 종종거리는 저를 위해서 수저를 먼저 내어주고 맛있는걸 제 앞으로 밀어놔주고...
엄마 품이 가장 따뜻하다고 엄마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 엄마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엄마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엄마를 아껴주라고 ,, 예쁜 언어로 말해주는 아이들.
아빠의 부재와 바쁜 엄마 덕에 세심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유년시절을
저는 지금 제 아이들에게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이 오랫동안 나가있었어서 혼자 육아하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이 많았어서
그렇게 세심하게 아이들을 돌봐주지 못했는데,, 어쩜 이렇게 아이들은 훌쩍 반듯하게 자랐을까요.
시간이 지나고 지금이 아니면 또 바뀔 아이들이겠지만
지금 순간을 즐기고 고마워하려고 합니다.
물론 공부와 다른 것들로 노와 애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희가 주는 이 소소한 경험들을 오래 기억하고자 82에 적어놓아요..
그때 되면 또 꺼내보며 마음을 다 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