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남편에게 참회기도를 하라고 해서요

법륜스님이 여자들에게는 남편에게 참회기도를 하라고 하고

남자들에게는 아내에게 참회기도를 하라고 하잖아요.

 

어떤 여자분이 (이혼한 분인가, 이혼을 앞둔 분인가 아무튼) 남편에게 애증을 갖고 있는 사연이었어요.

그때 스님이 그냥 지금 상태로 살아라, 헤어진 건 잘했다. 이미 다 끝났으니 미련을 버리라는 말씀을 하면서

그러나 남편에게 참회기도를 해서 마음의 응어리를 다 풀어내래요.

그래야 그분도 마음이 편해지니 이익이고

자식도 잘된대요.

 

그러면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자식에게까지 저런 말을 할 건 뭐냐싶었는데 그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참회기도를 했어요.

(혼자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함.)

 

저는 남편과 대체적으로 덤덤하고 마음에 안 드는 게 조금 많고 좋은 점도 있긴 해요.

그래도 했죠.

 

그런데 왠지 너무 진지해지기는 싫어서

"냉면 먹을 때 항상 계란을 뺏어 먹은 것을 참회합니다.

애들 어릴 때 목욕시켜준 것을 감사합니다.

그러나 나머지는 제가 다 했습니다.

그래서 힘들다고 짜증낸 것 참회합니다.

월급을 당연하게 받은 것을 참회합니다.

그러나 나도 벌었습니다.

나도 번다고 남편 월급을 당연히했던 것을 참회합니다.

못생겼다고 생각한 것을 참회합니다.

나는 뛰어난 미모를 가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알고보니 나도 못생겼습니다.

나도 못생겼으면서 남편이 못생겼다고 생각한 것을 참회합니다...."

 

이런 식으로 일부러 가볍게 참회를 했어요.

왠지 참회하기가 싫었거든요.

제가 잘못한 게 별로 없으므로.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진지해지면서

제 마음이 훨씬 더 부드러워지고 있습니다.

이 참회를 계속하다 보면

어쩌면 저와 남편이 아주 사이가 좋은 노부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그냥 출근하면 하는가 보다 퇴근하면 하는가 보다. 할 말 있으면 하고 할 말 없으면 안 하는 조용한 룸메이트이거든요.

 

써놓고 보니 조용한 룸메도 좋네요.

굳이 더 사이가 좋아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참회기도를 끝내고 남편에게 시켜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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