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쌩뚱맞게 아빠 생각이 났다.

출근길

신호 대기중인 차안에서

정말 뜬금없이 아빠 생각이 났다

차장으로 시원하다 못해

차갑게 들어오는 바람 때문이었을까

 

아직 늦가을이라 하기엔 이른데

오늘 바람은 늦가을 차가운 바람같아서

그런 늦가을이면

감나무에 감을 따서

수돗가 옆에 언덕처럼 쌓아두고

앉아서 감을 깎던 아빠

 

연필을 깎듯

감 깎는 기계에 감을 꽂아

손잡이를 돌리면

스르륵~하고 예쁘게 감 껍질이 깎여 나왔다.

 

껍질이 깎여지면서 풍기는

싱그럽고 향긋한 감 냄새.

 

뒷산 싸리나무 가지를 잘라다가

꼬챙이를 만들어

잘 깎여진 감을 차곡차곡 꽂아

새끼줄에 엮어

처마 안쪽 그늘에 걸어두고

늦가을 바람과

초겨울 바람에 말려

곶감을 예쁘게도 빚으셨던 아빠

 

 

손재주가 좋아

싸리비도

수수빗자루도

참 예쁘게, 단단하게 엮어  만드시고

 

겨울이면

벙어리장갑과  모자 양말 뜨는 법을

알려주셨던 아빠

 

내 필통속 

연필을 항상 깎아주셨던 아빠

 

 

다정다감 하지도

살뜰하지도 않은 아빠였지만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을 뿐

마음은 항상 그러하셨을 아빠

 

 

 

가을 찬바람에 

예고없이 찾아온

아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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