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모 생각...

벌써 5년 전 홀연히 폐암으로 먼 여행을 떠난 우리 이모..

1남 4녀중 장녀로 태어난 우리엄마랑 나이차이 많아서
어릴적 외갓집에 가면 이모가 언니처럼 엄마처럼 저를 많이 돌봐줬어요
저랑 열살차이...
산에 올라갔다가 흔들리는 꽃보며 물어보면 꽃이름 알려주고
발에 밟히는 잡초 이름도 알려주고
먹을수 있는 나물(냉이, 달래. 비름나물) 구별하는법도 알려주고
여치, 사마귀, 메뚜기도 알려주고
모깃불로 약쑥 태우면서 마당에 멍석 깔고 저녁차려 맛있게 먹고 
아궁이속 잔불에서 익힌 감자며 고구마도 호호불어 껍질까주고..

제 유년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이모와의 추억으로 온통 가득차 있죠.

자라는동안 몰랐는데
나이들고 완경되고 나니 제가 여지껏 살아왔던 그 힘은
유년시절의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이모는 어느날 느닷없이 잔기침이 많이 나온다며 동네 의원에 갔다가
진료의뢰서를 받고 대학병원에서 폐암 4기 진단을 받았었어요
충남에서 서울대병원까지 8개월을 스스로 운전하며
항암치료, 표적치료를 잘 받던 이모..
3월에 진단받고 그해 12월경 입원하고 이듬해 3월 황망히 세상을 떠났죠

돌아가신 후
이모가 사용하던 휴대폰에는 본인 영정사진으로 쓰라고 한복곱게 입은 사진 한장만 있더래요.
집 책상서랍에 통장이며 카드며, 보험이며 정리해서 파일링 해놓고
냉장고 보관용기마다 라벨링 해놓고
주변정리 싹~ 하고 떠난걸 알았죠..

엄마도 이모들도 다들 독하다~ 했는데

저는 자기가 어떤 병인지 알고
주변 정리도 하고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고 간 이모가 요즘은 부러워요.

바람이 선선해 지니 갑자기 이모 생각이 나서.. 
요즘따라 아픈부모님 관련 글이 올라와서 그냥 한번 끄적여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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