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대화가 없고 각방쓰고 각자 알아서 살아요. 가끔 마주치면 소 닭보듯 완전 멀어졌어요.
오늘은 오랫만에 대화라는 걸 시도해 봤다가 또 싸움이 됐네요. 주말이고 둘다 시간이 있어서 아이 진학문제 저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남편도 동참했으면 해서요. 침착하게 잘 대화했는데 저보고 예전같이 빠릿빠릿하지 못한 것 같다고 오히려 트집을 잡길래 처음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줬어요. 내가 폐경한지 2년 가까이 되는데 내 몸에 이런 저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어디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일하고 오면 눕고 싶고 이런 얘기도 구차스럽지만 자세히 했어요. 잘 알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나서 10분도 안 지났는데 아이 학교를 어떻게 할지 제가 검색해 본 결과 좀 새로운 정보를 찾게 되어서 알려주려고 했더니 또 바쁘다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해요. 토요일 밤에 뭣땜에 바쁘냐고 물었더니 지인에게 이메일 쓰고 있어서 방해받고 싶지 않대요. 급하게 일 때문에 이 시간에 해외에 이메일 보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토요일 밤에 국내에 있는 지인한테 이메일 하는 거래요.
밖에 나가면 누구보다 다정한 남편, 집에 오면 저를 벌레보듯 서재로 도망치는 남자. 이것도 이혼사유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