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자식이 뭔지

지금 재수하는 아이가 있어요. 

어릴때부터 반짝반짝하고 잘 자랐는데-물론 제가 엄마이니 더 그렇게 보이겠죠- 고1~2때 정말 무슨 귀신들린건가 싶게 말도 안되게... 공부에 손을 놓고 반항을 하고 무기력하고...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저 정말 살면서 누구랑 싸운적도 없는 사람인데 아이 혼내고 어르고 때리고 욕하고... 다 해봤어요. 부모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자괴감이 엄청나요.

결국 제가 두 손들고 그저 받아들이고 잘해줬어요. 부부관계 경제문제 아무 문제 없고 공부해서 먹고사는 저희 부부 입장에서 이 아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공부못하는데 학교에서는 본인도 얼마나 비참할까 중딩때 잘했으니 비교되는 마음도 클거고 친구들보기도 힘들겠다 싶어서 그냥 잘해줬어요. 

어차피 공부안하니 일부러 예능도 같이 보자하고 영화도 보러다니고 짧은 여행도 다니고... 조퇴도 병결도 원하는대로 해줬어요. 결석만 하지 말라고 했구요. 남편이랑 같이 많이 걸었고 울었고 얘기도 많이 했어요. 도저히 누구를 붙잡고 얘기를 못하겠어서요. 그러나 아이랑 있을때는 그냥 웃고 농담하고 그랬어요.

아이는 고3때 일부 정신차렸으나 계속 놀았으니 수능망했고 본인이 원해 재수해요. 6시에 일어나 재종가서 11시에 돌아오는 생활을 계속 하고 있네요. 물론 성적은 아주 조금 올랐어요. 정말 조금.

그래도 저희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처음 등록할때만해도 2주안에 그만둘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미리 고민도 했었거든요.

 

아이가 어제 학원다녀와서 주머니에서 에너지바를 하나 꺼내 주더라구요. 자기가 편의점에서 파는거 다 사먹어봤는데 이게 제일 맛있다고.

정말 눈물나는줄 알았어요. 

아까워서 아직 못먹고 있어요. 오늘 남편 퇴근하면 같이 나눠먹어야겠어요. 

 

여기에 아이들 문제로 올라오는 글들 많이 봤어요. 얼마나 힘드실지 겪어봐서 압니다. 

재수해서 드라마틱하게 성공했다거나 그런 결과는 아닙니다만 그저 기다려주면 아이는 다시 돌아온다는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물론 각 가정마다 부모관계마다의 문제는 있겠죠. 우선 이 문제만 파악이 되고 개선이 된다면 고딩도 애더라구요. 어른보다 더 유연하고 변화가 눈에 보여요. 저는 너무 경직된 사람이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기준도 너무나 명확하고... 

암튼 지금 어두운 터널안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지않을까 하는 마음에 적어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자식이 그렇게 미워죽겠는 시간도 분명 있었는데

에너지바 하나에 울컥하다니... 자식이 뭔가 싶네요. 

지치지 말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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