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어머니가 살림을 진짜 열심히 하세요. 천성이 깔끔하고 부지런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쉴 새 없이 닦고 정리하고 옮기고. 시아버지랑 어머니 두 분 사시는게 하루에도 빨래를 두세번씩 돌리시고. 헹굼제 넣어 돌리고 탈수하고 나면 또 헹구세요.
진면목은 각종 정리에서 드러납니다. 락앤락에 반찬 담고 나면 그 위에 랩으로 싸서 뚜껑 덮고 반찬통 옆을 꼭 한번씩 닦으시고요. 다이소에서 산 바구니를 크기별로 둔 다음에 거기에 다시 반찬통을 담으십니다. 옷장 안에도 종이백 잘라서 칸칸을 다시 나눠서 큰 거 작은 거 다 나누시구요. 몇 안 되는 책들도 크기별로 정리하세요.
음식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국 끓일 때 한번 끓이고 기름 다 걷어내고 다시 끓이고. 모든 깨소금은 일일이 갈아서 넣구요. 심지어 남이 해다 준 반찬 예를 들면 멸치볶음이나 잡채 같은 것도 어머니가 간을 새로 하셔서 다시 다 볶습니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살림을 잘하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너무 소모적이라는 생각 들어요. 일단 비닐 쓰레기도 넘 많이 나오고. 평소 설거지 하시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리시는 걸 보면서. 어머니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차라리 주무시면서 쉬시는 게 남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