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일정이 '빛의 벙커'였어요. 샤갈의 작품을 환상적인 미디어아트와 음악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감상할 생각에 들어갈때부터 설레더군요. 입장하기 전부터 아이들의 소란 주의 문구가 붙어있는 것에서 불안하다 싶더니, 세상에 애 셋이 움직이는 그림을 쫓아 바닥을 껑충거리며 뛰면서 고성을 지르더군요. 어둑한 공간이 숨바꼭질에 안성맞춤인듯 그림에는 관심도 없고 숨고 뛰고 소리지르는 통에 영 귀가 따가워 작품 감상에 몰입을 하지 못했네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뛰어다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하다 싶은 세 명이 글쎄 한 부모의 자녀들인걸 보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바닥에 앉아 아이들을 눈으로만 좇으며 편히 쉬던 그들. 나갈 때가 되어서야 애들을 추스르고 나가는 모습에 애들이 무슨 죄랴 이건 다 부모탓이다 싶었어요. 앞으로는 연휴나 주말은 무조건 피해서 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