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가정사
아버지가 재혼을 했고,
우리 남매의 양육을 집나간 친엄마 대신 다시 맡기 시작했을 때
어려운 일이 많았어요
곱게 자란 새어머니는 갑자기
사춘기 남매를 떠안아야 했으니
참 쉽지 않았을거에요
게다가 아빠는 무직이었고요.
암튼, 천신만고 끝에 비교적 (겉으로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강남의 모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
아이들도 다 성인이 되었고요
그 중 하나가 저.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위태로운 부분이 많았어요
각자의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나
전처 소생 자녀 양육을 둘러싸고 갈등과 불신과 뭐...
특히 경제적인 불안정.
암튼, 결론적으로는 두 분이 17년 살고 또 깨졌는데
마지막 한 방울이 된 것은 우스울 정도로 사소했어요.
재혼 이후 가지고 있던 땅을 야금야금 팔아먹고,
주식도 하고 그러면서 늘 헐떡이며 살았는데
(집에 쌀이 떨어질 때도 두어번쯤)
아버지는 우아하게 오전 느즈막히 신문보고 커피 마시고
주식시장에나 나가는 일과.
어느날 늘 그렇듯 나른한 오전.
전화 한통이 왔고, 마침 소파에 앉아있던 아빠가 받았죠.
여보세요. 했는데 상대가 아무말없이 황급히 전화를 끊었어요.
그걸 새어머니 친구라고 확정한 아버지가
냅다 신경질을 부리며
니 친구라고..늘 이런식이라고 ..
아마 니미...씨발 이런 욕도 좀 들어간 것도 같고
아뭏든 상스럽게 짜증을 냈고
매우 이성적인 새어머니는
그런 장면을 드라마보듯 무표정하게 지켜보며
별 말을 안했어요.
그러자 더 열받은 아빠는 길길이 뛰는데...
제가 보기에는 아빠 자격지심이었어요.
제 기억엔 니가 날 우습게 본다 부터 시작해서
큰소리 나오고 거의 두 사람이 몸으로 대치하는 상황까지.
네....묵은 감정까지 다 나온거겠죠.
어려운 재혼과, 사춘기 애들 양육과
그중 한 놈은 가출 하고,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여러 번의 불화와 각방과 합치고를 반복..
이 모든 십수년간의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은
한 방에 날라갔어요.
그때부터 가정은 회복이 안되었고
결국 갈라섰죠.
이혼 소송한것 같은데..소장을 저도 일부 보았는데
참 지저분하더군요
지저분한 땟국물이 나에게도 튀긴 것 같아
저도 많이 찝찝하고 괴로웠어요.
결론은,
박약한 관계는 자갈 하나 튀어도 끝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