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가 세계 최고라고 하시는 분들 많죠. 제 한국 지인들도 다들 그러시고.
제 관점에서는 한국이 일류라서 자랑스럽기는 하나 최고라고 하기에는... 그래서 이번 사태를 보며 한번쯤은 알려드리고 싶어요. 나라마다 지역마다 개인 경험이 다를 수는 있지만. 제가 독일에서 이년간 격주로 방문해야 했던 스무곳이 넘는 1,2,3차 병원, 수술실, 많은 의사들과 간호사들, 의료서비스에 대해서 느낀 점을...
독일은 주정부마다 약간 다르긴 한데, 재정이 부유하다는 바이에른 주의 경우를 보면요. 상급 의료는 한국 대비 넘사벽이라고 느껴져요.
제가 최근 이년동안 여러차례 수술, 치료, 다양한 검사를 받아왔는 데 도중에 언어적으로 어려워서 맘 편하게 한국으로 가서 치료 받으려고 알아봤거든요. 의사 왈 제 병이 전세계 치료 방법과 약이 동일하다고 했고 저는 독일 한국 모두 공공 의료보험이 있어서요. 그런데 한국행을 포기한 건, 한국에서는 의료보험 적용되어도 치료비 중 제가 부담해야하는 자기 부담금이 천만원대가 넘어가더라구요. 양국 모두 발병율이 높은 비교적 흔한 병인데두요. 2년간 완치되기 까지 독일에서는 전혀 돈 들어간 게 없었고 심지어 수술비외에 약값, 가정의료기기, 각종 검사비까지 포함 전액 100% 무료였어요.
그리고 주기적으로 만나는 주치의는 매번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저와 상담해주고 다양한 의료적인 시도를 해줬구요. 그 대신 제가 예약시간 맞춰가도 앞 환자들 상담이 길어지기 일쑤라서 늘상 기다림은 감수해야하지만요. 그러다보니 예약도 필수라서 당일에 찾아가서 만나는 건 쉽지는 않구요. 그래도 급할 때는 오픈런하면 어찌 끼워넣어 줍니다.
수술실에서 만나는 의사, 간호사들도 제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해주고 독일어가 부족해고 손짓발짓으로 괜찮은지 지나칠 정도로 확인해줘서 친절하고 전문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었구요. 상황에 따라서는 수술 후 가사도우미 파견 비용까지 공공 의료보험으로 처리됩니다.
캐나다 사는 친구는 암이 재발해서 예약된 한국에서의 수술이 이번 의료사태로 급 취소되고 갑자기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수술을 받게되었는 데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캐나다 의료에 만족하더라구요. 심지어 사정상 수술 전날 집앞으로 헬기까지 보내줬는 데 모든 비용이 무료라고. 수술팀에 한국 간호사로 배정까지해주고 간호사가 따듯하게 손 잡아주더라고. 수술 후 물속에서 걸으라며 수영장 연회비까지 치료차원에서 지원해준다고.
독일에 오래 사신 한국인 지인은 중등 아이의 두번의 큰 뇌수술 후에 독일 의료 예찬론자가 되었구요.
독일은 이십년동안 두배가량 의대생을 늘리고 외국인 의사들도 사회가 받아들이고 그래도 지금 의사가 부족해서 성적이 조금 안되는 학생이라도 원하면 지방 지역에서 몇년 일하는 조건으로 선발합니다.
응급차가 상급병원에 응급환자를 데려오면 거부할 수 없어요. 응급 조치는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한국 4대 보험에 추가로 요양보험이 포함되어 있어서 은퇴후 노인들과 중년인 자식들의 부담이 적구요.
소아과가 돈이 안되서 문을 닫는 상황에도 의대 마치면서 소아과 지망하는 의대생은 늘 상위 순위 안에 들 정도로 많아요. 이유는? 걍 아이를 좋아하니까. 순수한건가요? 아님 어리석은 건가요? 저도 잘 모르지만 뭐 어차피 성공 지향보다는 워라벨이 중요한 나라라서요. 의사들도 오전만 일하거나 주3,4일 일하거나 합니다.
접근성 측면에서는 그동안 한국 병원이 세계 최고인 건 인정합니다. 허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들이 있죠. 그리고 건강검진도 몇십만원이면 온 몸을 스캔하는 것. 최고죠!!!
오래되고 낡은 한국 의료의 단점들이 이 기회에 시대에 맞게 잘 보완되어 환자도 의사도 만족하는 시스템이 갖춰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